최근 실직한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은 해고나 권고사직과 같이 비자발적인 사유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비자발적 실직자 2명 중 1명 이상은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지 못했다. 고용불안은 심각하고, 실업급여 대상자인 비자발적 이직자조차 사회안전망 수혜를 받기 힘들다는 의미다.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천명을 상대로 실직 및 실업급여 수급 경험을 조사해 2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실직을 경험한 비율은 12.3%로 조사됐다.

실직 경험자를 특성별로 살펴봤더니 비정규직(20.5%), 5명 미만 사업장(17.5%), 월평균 소득 150만원 미만(16.2%), 비조합원(13.3%)에서 비율이 높았다. 실직자 중 정규직은 6.8%였다. 실직 유형은 해고(9.8%), 권고사직·희망퇴직(28.5%), 계약기간 만료(35.8%)와 같은 비자발적 유형에서 많았다. 실직자 10명 7명 이상(74.1%)이 비자발적으로 일터를 떠났다는 얘기다.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됐지만 실업급여 혜택을 받는 실직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실직자 중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는 비율이 54.9%로 나타났다. 비자발적 퇴직은 실업급여 수급 대상에 포함됐는데도 받지 못한 이들이 왜 절반을 넘을까. 직장갑질119가 상담을 통해 파악했더니 사실상 해고인데도 사용자가 협박해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자진퇴사로 처리하는 경우가 있었다. 노동자에게 설명하지 않고 고용보험을 아예 가입시키지 않아서 실업급여 대상자가 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체 직장인의 51.4%는 실직 상황에서 사회보장제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정부가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없애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4%, “동의한다”는 응답(36%)보다 28%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조영훈 공인노무사(직장갑질119)는 “설문조사와 상담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는 일터 약자를 보호하는 안전망이 부족할 뿐 아니라 안전망 안에 있는 비자발적 이직자조차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정부는 실업급여 약화보다는 일터 약자의 잦은 비자발적 이직과 실업급여 미수급을 어떻게 예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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