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양주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가 갈탄 연기에 질식해 쓰러져 있다. <자료사진 건설노조>

경기 양주 한 건설현장에서 일한 A(33)씨는 3년 전 질식으로 쓰러질 뻔했던 아찔한 경험을 했다. 2021년 1월 당시 A씨는 오전 7시께 ‘갈탄이 잘 타고 있는지 확인하라’는 건설사 직영반장 지시에 따라 동료와 함께 콘크리트 보온양생작업장에 갔다. 천막을 치고 보양작업을 한 탓에 밀폐공간이나 다름없었지만 송기마스크 같은 보호구는 지급되지 않았다. 그는 천으로 된 워머로 입과 코를 막고 들어갔지만 금세 숨쉬기가 힘들어졌다고 한다. A씨는 다리에 힘이 풀린 동료를 뒤에서 밀면서 어렵게 작업장 바깥으로 나온 뒤 병원으로 향했고 산소치료를 받아야 했다.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양생작업시 갈탄 사용에 따른 질식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용노동부는 갈탄 대신 열풍기 사용을 권고하고 환기조치나 보호구 지급 같은 안전수칙을 강조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노동계에서는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갈탄 사용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질식사고 10건 중 1건 ‘콘크리트 양생작업’ 발생

21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2년~2021년) 전체 질식사고 196건 중 갈탄 등을 사용한 콘크리트 양생작업 중 질식사고는 19건으로 9.7%를 차지한다. 해당 사고로 14명이 사망했고 34명이 다쳤다. 밀폐공간 작업에서 3번째로 사고건수가 많은 고위험작업이다. 2022년에도 5건의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당했다.

콘크리트 보온양생작업은 콘크리트를 타설한 후 난로 등을 이용해 콘크리트를 굳히는 작업이다.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물, 자갈, 모래 등을 섞어 부은 뒤 잘 말려야 단단해지는데 겨울철엔 물이 얼어 콘크리트가 적절한 강도를 유지하기 힘들다. 때문에 건설현장에서 갈탄 등을 연료로 쓰는데 여기서 다량의 일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또한 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천막으로 양생작업장을 막아 환기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질식사고 위험을 더욱 키운다.

노동부 ‘화학물질 및 물리적 인자의 노출기준’ 고시에 따르면 일산화탄소는 8시간 평균 노출기준(TWA) 30피피엠(ppm)이고, 단시간 노출기준(STEL)은 200피피엠이다. 콘크리트 보온양생작업장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대체로 1천피피엠 이상이다. 1천피피엠 이상의 고농도 일산화탄소가 포함된 공기를 흡입할 경우 몇 초 안에 쓰러져 사망할 수 있다.

양생작업 질식 예방 권고 ‘무용지물’

노동부는 콘크리트 양생작업 질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갈탄 대신 일산화탄소가 적게 발생하는 연료나 열풍기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부득이하게 갈탄을 사용해야 할 경우 위험성 인지, 환기, 보호구 착용 같은 안전수칙을 지킬 것을 강조해 왔다. 양생작업장 출입구에 ‘출입금지 표지’로 질식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들어가기 전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한 뒤 환기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여전히 건설현장에서 갈탄을 사용하는 곳이 적지 않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실제 건설현장 10곳 중 1곳은 갈탄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건설노조가 2022년 12월 전국 434곳 현장 갈탄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갈탄·숯탄·야자탄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43곳(9.9%)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7곳으로 가장 많았다.

안전수칙도 무용지물이다.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게 현장 노동자들 증언이다. A씨는 “사고 이후 2주 뒤에 현장에 복귀했는데 똑같은 일을 별다른 조치 없이 시켰다”며 “이후에도 여러 현장에서 일했지만 지금까지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해서) 이만큼이니까 들어가지 말라고 한 현장은 없었다”고 전했다.

“유해위험요인 제거해야 사고 근절”

건설노조는 갈탄 사용을 원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세중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유해위험요인이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게 사고를 막는 해결책이지, 유해위험요인을 그대로 둔 채 보호구 착용이나 환기 등 규제를 이야기하는 건 노동자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갈탄 사용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갈탄 사용금지 권고만 할 게 아니라 뿐 강제성 있는 법규정으로 갈탄 사용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