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인혜 안전관리 노동자

새해 첫날, 부산 한 아파트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치우던 작업자가 사다리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머리부위를 다친 작업자는 다음날 숨졌다. 새해 첫날부터 사다리로 인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사다리는 2~3미터 수준의 고소작업치고는 낮은 높이에서 주로 쓰인다. 이용이 간편하고, 보관도 용이하니 광범위한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그만큼 친숙한 고소작업 장비다. 최근 5년간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은 노동자는 200명이 넘는다. 한 해 40명꼴로 사다리에서 떨어져 숨졌다. 사망사고가 아니더라도 사다리에서 떨어져 다치는 사고는 수도 없이 많다.

2018년 정부는 산업재해 감소 대책으로 고소작업시 사다리 사용 전면 금지를 검토하기도 했다. 사다리 대신 작업 공간 확보가 가능한 말비계(=우마발판)를 사용하도록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다리 사용 전면 금지 조치는 없던 일이 됐다. 사다리를 사용하는 사업장이 워낙 광범위해 업계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일자형 사다리는 통로용으로만 사용하고 A자형 사다리에 대해선 1.2미터 이상 작업시 안전모 착용, 1.2~2미터 미만 높이에서는 2인1조 작업과 최상부 발판 작업금지, 2~3.5미터 이하 높이에선 최상부 발판과 바로 아래 디딤대 작업금지와 안전대 착용에 대한 권고 지침을 내놓는 선에서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현장에선 권고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작업자와 사업주가 사다리 작업을 간단한 작업으로 여겨 방심하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정부 지침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여전히 사다리 추락 재해 현장에선 아웃트리거가 없거나, 통로용으로만 쓸 수 있는 일자형 사다리를 쓰거나, 생명줄 설치 같은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안전모와 안전대 착용은 언감생심이었다.

또한 작업 전 추락사고 위험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부재한 경우도 많다. 일부 대형 사업장이 아니라면 지침을 준수하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권고’사항일 뿐이다. 또한 ‘경작업’이라는 기준을 제시했지만, 경작업이라는 개념이 현장에선 워낙 상대적인 지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정부당국은 사다리 작업 기준을 개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지침에 불과했던 사다리 작업 기준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42조(추락의 방지) 항목에 넣어 지침을 법제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사다리 추락 재해가 줄어들지는 의문이다.

왜냐면 사다리 작업을 고소 작업 용도로 사용하는 업체 대다수가 영세하기 때문이다. 안전 관련 정보 취득이 늦는 건 둘째 문제다. 사다리 아웃트리거 설치를 해도, 인건비가 들어가는 2인1조나 2미터 이상 작업시 추락방지 조치 실시로 늘어나는 작업시간까지 고려한다면 영세업체엔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이동식 고소작업대나 말비계는 사다리보다 관리가 까다롭다. 결국 ‘사고만 안 나면 된다’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사업주들이 사다리 작업 안전 조치를 강화할 수 있도록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

최소한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공사에 한해서라도 사다리보단 말비계를 쓰도록 유도하고 2인1조 이상 작업과 안전모, 안전대 착용을 제대로 하는지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다리와 말비계, 고소작업대 등을 유해위험기구에 준하는 장비로 설정해 목록을 만들어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사다리 작업에 대한 위험성평가와 관련 교육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도 있다.

과한 조치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산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추락재해다. 최근 5년간 추락재해 중 연평균 50건은 사다리 작업에서 발생했다. 사다리 사용을 금지하지 못한다면, 강력한 조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추락재해는 대표적인 후진국형 재해다. 사다리 추락재해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재해 유형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서 하는 작업도 아니고, 간단한 조치만 하면 막을 수 있는 재해이기 때문이다. 때론 단호한 조치가 필요할 때가 있다.

안전관리 노동자 (heine030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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