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포롤텍분회

노조설립 이후 포스코 사내하청 노조 조합원들만 보직해임한 행위는 부당전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법원이 보직해임에 부당노동행위 의사는 없었다고 판단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들은 노조설립부터 회사 대표가 개입하는 등 노골적인 노조 탄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이사 회유에 기업노조 설립, 쟁의행위 무산

1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포스코 사내하청업체인 주식회사 포롤텍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보직해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지난 12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본지 2022년 12월8일자 4면 “‘노조 한번 만들었다고’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수난” 참조>

노조 탄압은 공장에 금속노조 산하 분회가 만들어지고 불법파견 소송이 시작되면서 불거졌다. 포롤텍 노동자들은 2021년 5월3일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포롤텍분회(분회장 김현민)를 설립했다. 한 달 뒤에는 포항제철소에서 냉연부문의 롤가공·정비업무를 담당하는 포롤텍의 사내하청 노동자 109명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사측은 즉각 반응했다. 분회 설립 하루 전날 대표이사는 회사 중간관리자인 SV(Supervisor)들에게 “지금 일부 직원들이 가고 있는 길은 분명 직원들과 회사를 힘들고 어렵게 할 것”이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그날 동시에 기업노조인 포롤텍노조가 만들어졌다. 기업노조는 간부급 팀장들로 채워졌다.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교섭대표노조로 선정된 분회는 같은해 7월부터 약 석 달간 15차례 교섭을 했으나 결렬되자 쟁의행위를 두고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그러나 기업노조가 기권 전략으로 나오며 과반수 찬성에 미달해 쟁의행위가 무산됐다. 기업노조 조합원 5명만 투표에 나선 결과다.

조합원 8명 보직해임, 대표는 불기소 처분

회사의 ‘전략’은 인사명령으로 이어졌다. 사측은 2021년 9월1일 종전 팀장을 ‘그룹장’, SV는 ‘파트장’, 리더는 ‘주임’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SV였던 박원규(56)씨 등 4명은 SV에서, 최아무개씨는 리더에서 해임됐다. 사측은 △인사평가 최하위 △업무지시 불이행 △리더십 부족 △소통부족 등 사유를 붙였다.

그 결과 보직해임된 12명 중 분회 조합원만 8명이나 됐다. 인사발령 이전 SV 직책 중 분회 조합원은 13명이었는데, 보직해임 이후 9명으로 줄었다. 신규 보직은 기업노조 7명과 비조합원 3명이 꿰찼다. 새로 부임한 대표이사는 “연공과 서열중심에서 능력과 성과, 리더십을 반영한 직책 보임 및 해임”이라고 밝혔다.

분회는 형사고발과 구제신청으로 맞섰다. 대표이사와 그룹장, 파트장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대표이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다만 그룹장과 파트장 등 2명에 대해서는 구약식 청구해 법원에서 각 2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어 분회는 노동위원회로 향했다. 경북지노위는 구제신청을 기각했지만, 중노위는 부당보직해임과 부당노동행위를 모두 인용했다. 사측은 이에 불복해 2022년 4월 소송을 냈다.

법원 “인사평가 하위 결과” 노사 항소 계획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포롤텍분회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포롤텍분회

법원은 ‘부당보직해임’은 인정했다. 인사평가 점수가 최하위인 직원들 중 1~2명을 일괄해 보직해임하는 상대평가 방식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봤다. 실제 보직해임된 조합원 대부분은 노조설립 이전에는 A등급 이상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재판부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업무능력이나 SV로서의 역할 수행이 미흡하다는 구체적·실질적인 평가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보직해임으로 연간 200만~250만원의 임금 손실도 있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부당노동행위에 관해선 정반대로 판단했다. 지배·개입과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기업노조에 가입한 그룹장이나 파트장들이 쟁의행위 표결을 앞두고 분회 조합원에게 탈퇴를 종용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보직해임자들의) 인사평가 평균점수는 하위에 속했고, 인사평가가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볼 자료는 없다”고 했다. 분회 조합원이 줄어든 점도 인사평가 점수가 낮은 것에 기인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노동자들은 ‘반쪽’ 판결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김현민 분회장은 “회사는 대법원까지 가겠다고 이미 선전포고를 했으므로 우리도 항소할 것”이라며 “노조 탄압은 현재진행형이다. 조합원만 진급이 누락되고 인센티브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직해임에 이어 2022년 1월 근무지로 무단이탈을 이유로 해고된 박원규씨도 “정치권에서 민주노총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계속 보이니 이런 판결이 나온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현재 중노위까지 부당해고를 인정받았지만, 사측이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양동운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법률국장은 “판결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인사권이 있는 그룹장들이 기업노조에 들어갔고, 교섭에도 참여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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