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근로자의 34%가 퇴직금 등 여러 근로조건 면에서 부당한 차별을 당할 우려가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라는 노동부의 첫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라는 종전의 노동계 주장보다 낮지만 4분의 1 수준이라는 경영계의 추정치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노동부는 자체 조사한 결과 총 1천3백21만6천명의 국내 임금 근로자 가운데 34.1%에 해당하는 4백51만3천명이 비정규직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 한시적 근로자 13.9% △ 시간제 근로자 6.6% △ 비전형근로자 13.6% 등으로 조사됐다.

노동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오는 18일 열리는 노사정위원회의 비정규직대책특별위원회에 보고하고 이견이 없을 경우 앞으로 공식 통계로 활용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이번 조사의 결과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제출했다.

이 통계를 적용함에 따라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였던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스페인. 네덜란드(40%대)에 이어 3위로 낮아졌다. 이전에는 통계청 자료(50% 안팎)를 써 왔다.

◇조사 방법. 의미=노동부는 지난해 8월 실시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결과를 노사정위원회가 마련한 비정규직의 새로운 구분개념(한시적. 시간제. 비전형근로자)을 적용, 분류한 것이다.

그동안 비정규직 통계는 통계청이 매년 조사하는 경제활동인구 중 일용직과 임시직 근로자 규모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자신이 원할 경우 얼마든지 근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임시직 근로자 등까지 비정규직 범위에 포함시켜 그 규모가 지나치게 부풀려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때문에 노동부는 이번 조사에서 일용직과 임시직에서 고용계약에 기간이 명시돼 있지만 근로자가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는 경우 등을 빼고, 시간제. 비전형 근로자를 더한 것을 비정규직으로 정의했다.

노동부가 조사에 나선 것은 경제여건 변화 등으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책수립에 절실한 통계가 조사기관별로 현격한 차이를 보여 교통정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이후 노동계와 경영계는 노사정위에서 비정규직 규모 파악에 필요한 조사 항목 선정에 합의하고 이를 토대로 몇차례 민간연구기관 등에 조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체 근로자의 28~40%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정책 수립에 가장 절실한 통계가 파악된 만큼 정부의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대책 수립과 시행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2000년 10월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대책'의 골격만 세워 놓았을 뿐 그 동안 구체적인 정책수립을 못하고 있었다.

한편 노동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수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주장에 비해 비정규직 규모가 줄어들어 노동계가 반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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