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윤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희연 대표)

“그 사업장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적용되는 곳이 아닌가요?”

지난해 여름 한 근로자위원이 중앙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출석한 사용자측에 한 질문이다.

기간제법은 기본적으로 5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5명 미만 사업장 쟁점이 있는 사건도 아니었는데, 왜 이런 질문이 나왔을까?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사업장에서 기간제로 고용돼 근로를 제공한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2022년 12월31일 사용자에게 기간제 근로계악 만료를 통보받기 전 2020년 7월1일 내지 2020년 11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모두 단 하루도 고용이 단절된 기간 없이 2년을 초과해(길게는 2년6개월, 짧게는 2년1개월)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

노동자들은 입사 후 2년차부터 근로기준법 60조1항을 적용받아 연차유급휴가를 15개 부여받았고, 계약기간 만료 통보 후 지급된 퇴직금 산정 내역에서도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에 2년을 초과하는 기간이 모두 합산됐다. 고용보험 이력 또한 최초 근로를 시작한 날부터 마지막 근로를 제공한 날까지 단절되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수행해 온 업무는 도서관 운영관리, 매표 및 관리 등의 상시지속 업무로서, 기간제법 4조1항 단서 각호에 규정된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도 않았다.

기간제법 4조1항 단서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2년을 초과해 사용할 수 있는 사유를 명시한 다음, 2항에서 사용자가 해당 사유가 없거나 소멸됐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한 경우, 해당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최초 입사시점부터 2년이 초과된 시점에 기간제법 4조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의제된 것이므로 사용자가 2022년 12월31일 이들 노동자들에게 행한 계약기간 만료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당연한 결론이 나올 줄 알았던 부당해고등 구제신청 사건이 초심지방노동위원회에서 “기각” 판정을 받았다. 사용자 주장과 초심지방노동위원회 판단의 근거는 공개채용 절차와 새로운 근로관계 형성에 대한 대법원이 2020년 8월20일 선고한 판결(2017두52153)이었다.

다행히 초심 판정은 노동자들의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신청으로 “취소”됐다.

대법원은 공개채용 절차만 거치면 계속근로기간이 단절되고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된다고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대법원 판결은 공개채용 절차 이전 노동자들에 대해 기간제 근로계약을 종료하는 절차를 거쳤다는 것을 주요한 전제로 보고 있다. 또한 공개채용 공고의 주체가 광주광역시와 초등학교로 상이하다. 그리고 공개채용에서 채용기준이 변경된 사정도 고려했다.

하지만 필자가 대리한 노동자들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매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종료하는 절차 없이, 재직 중에 같은 사용자의 채용공고에 응시해 합격한 후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다. 채용기준이 변경된 사정도 없었다.

대법원 판결과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해당 판결이 그대로 적용될 수도 없는 것이다.

“만약 4년이 됐어도 매년 공개채용하기 때문에 계속근로로 볼 수 없다.” 사용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사용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개채용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기간제 근로자로서 근무한 기간은 1년이며, 각각의 기간제 근로계약 기간은 합산해 2년을 초과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기간제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었고,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오독한 것에 기인한 주장에 불과하다.

사용자 주장대로라면 공개채용 절차만 거치면 모든 사업장은 기간제법 4조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심문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이 “그 사업장은 기간제법 적용되는 곳이 아니냐”고 질문했을지 이해가 된다.

놀랍게도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지역주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자치단체 이야기다. 지자체는 법률을 준수하고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지자체는 기간제법이 적용되는 곳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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