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무리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다가 채무상환을 하지 못하게 된 탓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매우 화가 나고 가슴이 아팠다. 태영건설이 대주주로서 추진한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마을과 땅을 빼앗긴 사람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충북 진천군 이월면 사당리에 있는 관지미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에 살던 마을을 떠나야 했다. 태영건설이 ‘진천테크노폴리스’라는 산업단지를 추진하면서 마을이 통째로 산업단지 부지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끝까지 저항했지만, 민간기업이 추진하는 산업단지에도 토지강제수용권을 부여하고 있는 어이없는 법률 때문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는 허울 좋은 방식으로 추진된 산업단지 때문에 마을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농지도 사라졌다. 농사짓던 농민에게 농지는 삶의 터전이자 존재기반인데, 그런 농지를 강제로 빼앗기다시피 한 농민의 가슴에서는 피눈물이 났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무자비하게 부동산개발사업을 벌이던 태영건설이 부채를 갚지 못한다고 하니 어이가 없는 일이다. 부채도 갚지 못할 기업이 왜 마을을 없애고 농지를 빼앗는단 말인가.

태영건설이 관련된 문제적 사업은 이것만이 아니다. 태영건설이 100% 지분을 가진 회사 중에 태영동부환경㈜라는 곳이 있다. 이 회사는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산업폐기물(지정폐기물 포함) 매립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매립면적이 16만제곱미터(4만8천평), 매립용량이 676제곱미터에 달한다. 매립장이 추진되는 위치는 동해안 바닷가에서 약간 내륙으로 들어간 청정지역이다.

인근 주민들은 어업과 농업, 횟집 운영 등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원주지방환경청도 ‘환경적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태영측은 막무가내식으로 사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주문진읍을 포함한 인근지역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 때문에 매립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태영측은 전국의 지정폐기물, 사업장일반 폐기물을 가지고 와서 주문진읍에 묻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환경문제, 도시계획상의 문제로 좌초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다. 도시계획권을 가진 강릉시도 반대입장이다. 그런데도 태영건설은 태영동부환경에 100억원의 자본금을 투입하고 40억원을 대여해 주는 등 자금을 투여하고 있다. 사업이 무산되면 자본금이나 대여금 모두 휴지조각이 될 것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태영건설은 충남 천안시 동면에서도 15억원의 자본금을 투입, 천안에코파크㈜라는 회사를 설립해 산업폐기물매립장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역주민들에게 수천만 원의 돈을 제시하며 동의서명을 받으고 시도하는 등의 행태를 보여서 물의를 빚고 있다. 역시 도시계획권을 가진 천안시가 반대입장이므로 실제로 사업이 추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처럼 태영건설은 농·어촌지역 곳곳에서 무리한 사업추진 행태를 보이면서 지탄을 받고 있다.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심각한 기업이 사회적으로도 매우 심각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진행되는 워크아웃은 매우 엄정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주장하는 우발채무의 규모에 대해 엄정한 실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필자가 언급한 산업단지나 산업폐기물매립장처럼,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사업들에 대해서도 엄정한 실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그만 특혜 의혹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워크아웃을 진행할 수 없는 문제가 발견된다면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태영측은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혀 온 것에 사과하고 무분별하게 진행하고 있는 산업폐기물매립장 등 건립을 중단해야 한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 (haha9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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