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연대노조

대전 구즉신협 전 간부의 성추행 혐의가 1심에서 인정됐다. 사건이 불거진 지 2년 만이다. 가해 간부는 직원들에게 얼차려를 주고 골프공을 주워 오게 하는 등 직장내 괴롭힘과 갑질, 부당노동행위 의혹의 정점에 서 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말까지 근무했다. 그 사이 문제를 제기했던 사무연대노조 구즉신협지부(지부장 정원진) 조합원은 절반 넘게 줄었다. 사측의 비호와 신협중앙회의 방관 아래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 “사측 때문에 2차 피해”

대전지법 형사11단독 장민주 판사는 지난 12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 구즉신협 전 전무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사회봉사 각 80시간과 함께 아동·청소년 등 관련기관 취업제한 3년 명령도 내렸다.

이 전 전무는 2016년 9월부터 2022년 1월까지 부하 여성직원 4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 판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장 판사는 “피해자들과의 직장내 관계와 범행 횟수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또 피해자들이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사측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2차 피해가 발생한 점도 지적됐다. 장 판사는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이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2차 피해와 정신적 피해를 크게 받았다”며 “이미 2명은 직장을 그만 뒀고, 또 다른 피해자들은 직장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노위 부당노동행위 판정도 수용 거부

뒤늦게 이 전 전무의 비위 일부가 인정됐을 뿐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성추행 피해자 등 이 전 전무 사건을 계기로 회사를 떠나야 했던 조합원들이 복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측은 이 전 전무를 적극적으로 감쌌다. 구즉신협 이사회는 이 전 전무를 면직하라는 신협중앙회의 권고를 수차례 묵살했다. 중앙회는 지역조합 이사장을 징계할 순 있지만 개별 임·직원에 대한 징계권은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 중앙회가 지난해 9월 구즉신협 이사장과 부이사장을 면직하면서 임시 이사회에서 이 전 전무의 면직이 결정됐다.

사측은 노조탄압 의혹도 받고 있다. 상급자들이 조합원들에게 노조탈퇴를 압박하는 녹취록이 공개되고, 기간제 노동자 중 조합원들에게만 계약기간 만료를 통보한 행위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인정됐다. 이 전 전무 의혹을 폭로하며 설립된 구즉신협지부 조합원이 18명에서 6명으로 쪼그라든 이유로 지목된다.

정원진 지부장은 “중앙회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면 조합원들이 일터를 떠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성추행 피해자와 부당해고된 기간제 노동자들이 복귀를 원하고 있지만 사측은 외면하거나 법적 대응을 이어 가고 있다. 당장 피해 조합원들을 복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지방노동청은 구즉신협의 각종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사측에 반론을 요청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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