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맑은 샘 줄기 용솟아 거칠은 땅에 흘러 적실 때/ 기름진 푸른 벌판이 눈앞에 활짝 트인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새 하늘 새 땅아/ 길이 꺼지지 않는 인류의 횃불 되어 타거라.”(찬송가 582장 ‘어둔 밤 마음에 잠겨’ 3절, 문익환 저)

늦봄 문익환 목사 30주기 추모행사가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서 거행됐다. 노동·종교·학계·시민사회 등에서 500여명이 참석했다. 문익환 목사 묘역에서 1부 추모예배에 이어 모란공원에 별도로 설치한 무대에서 2부 ‘민주열사와 함께하는 문익환 30주기 기념문화제’를 잇따라 열었다.

늦봄 문익환 목사 30주기 기념위원회(이사장 송경용)가 주최하고,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한빛교회가 주관했다.

“야만의 시대 뛰어넘어 ‘늦봄의 꿈’ 다시 꾸자”

1부 추모예배는 늦봄문익환학교 풍물패가 문을 연 뒤 찬송가 582장 ‘어둔 밤 마음에 잠겨’로 시작했다. 이 찬송가는 1·2절은 김재준 목사가 작사했지만 3절은 그 제자인 문익환 목사가 1976년 명동 3·1 구국선언 사건으로 옥중에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홍승헌 한빛교회 담임목사는 ‘늦봄의 꿈’이란 주제의 강론을 통해 “서로의 살을 찢어야 했던 분단 70년 고통의 시간을 뛰어넘고, 서로를 향해 끝없는 살기와 저주에 토막질 해댔던 야만의 시대를 뛰어넘고, 지긋지긋한 반목과 갈등의 사슬을 끊어내는 꿈을 꾸자”며 “이 야만의 시대에 공존과 상생의 꿈을 다시 꾸자”고 말했다.

자리를 옮겨 이어진 기념문화제에서는 민중의례와 평화의나무합창단 노래, 김평수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 이사장의 춤 공연으로 시작을 알렸다.

송경용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이 자리는 단순히 추모의 자리가 아닌, 민주·인권·평화·통일이 모조리 부정당하는 퇴행의 시기에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다짐과 결의를 새롭게 하는 자리”라며 “민주는 민중의 부활이요, 통일은 민족의 부활이다. 그러나 이는 자주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하셨던 문 목사님 말씀처럼 민중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로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문을 활짝 열자”고 밝혔다.

황지우 시인이 지은 기념시 낭독, 박순아 연주자의 가야금 연주에 이어 함세웅 신부·원혜덕 농부의 추모사, 김다경·문장원 배우의 뮤지컬, 문 목사 셋째아들 문성근 배우의 가족인사가 이어졌다.

이재명 “문 목사의 용기와 담대함에서 길 찾겠다”

이날 기념문화제에서는 ‘한반도 평화선언문’을 발표했다. 참석자들은 “이제 우리가 모두 좌절과 분열, 전쟁의 먹구름을 몰아내고 푸른 평화의 하늘을 다시 열어야 한다”며 “‘벽을 문으로 알고 박차고 나가’라시던 문 목사님의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념사업회는 앞으로 1년간 각종 문화예술 전시회, 평화학술제, 뮤지컬, 통일염원대회, 미래세대를 위한 온라인 평화 공모전, 출판물 발간 등 행사를 이어 갈 계획이다.

한편 이날 추모행사에 조화를 보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평화가 흔들리는 퇴행의 시대, 목사님의 가르침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더욱 명료히 알려 주신다”며 “목사님께서 세워 주신 이정표 따라 민주주의, 평화번영의 한반도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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