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판 모니터링 재택근무 프리랜서 모집 공고

‘재택근무 IT프리랜서’의 노동자성이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잇따라 인정되고 있다. 법원은 2022년 11월 ‘네이트판 모니터링 요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린 바 있다.<본지 2022년 11월22일자 “법원 ‘재택근무 프리랜서도 근로자’ 첫 판결” 기사 참조> 그러나 법원 판결에도 용역업체가 ‘프리랜서 계약’을 이어 가고 있어 ‘무늬만 프리랜서’로 위장해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인다. 도급계약 형태로 계약할 경우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해 ‘공짜 노동’을 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초단기 계약 갱신해 최저시급 지급

1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6일 텔레마케팅 운영업체인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에서 해고된 A씨 등 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최근 인용했다. 서울지노위는 “계약종료 통보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며 “사용자는 근로자들을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A씨 등은 2016년과 2020년 각각 입사해 포털사이트 ‘네이트판 서비스’ 모니터링 업무를 담당했다. 고용구조는 하도급 형태였다. 네이트판을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는 모니터링을 용역업체인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에 도급했고, 용역업체는 모니터링 요원들과 ‘프리랜서 도급업무’를 계약했다. 요원들은 모두 재택근무했다. 구인공고에는 △지정된 요일별 해당 시간에 모니터링 수행 가능한 자(요일 및 시간 조정 불가) △재택근무(지정된 장소에서만 근무 가능) 등 요건이 적혀 있었다.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있는 프리랜서였던 셈이다.

요원들은 ‘초단기 계약(3개월)’을 맺고 평일과 주말에 근무했다. 평일에는 오후 10시~다음날 오전 2시, 일요일에는 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에 일했다. 보수는 2022년 최저시급인 9천160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근로계약이 아니라 사업소득세 3.3%가 떼였다.

철저한 근태관리 “자리 비우면 업무태만”

모니터링은 철저한 보고체계로 이뤄졌다. 요원들은 10분 정도 미리 관리 프로그램에 접속한 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의 메신저를 이용해 용역업체 매니저에게 업무시작시간을 보고했다. 시간대별 업무구역표로 정해진 게시물 구역에 따라 모니터링을 한 뒤 그 결과를 기재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근태관리는 철저했다. 매니저들은 “심야시간 장시간 자리를 비우거나 잠을 자는 경우 명백한 업무태만이며, 업무태만 발생시 계약갱신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럼에도 A씨 등은 1~6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꾸준히 일했다. A씨와 B씨는 각각 2년9개월, 6년8개월을 근속했다. 그런데 지난해 6월30일 갑자기 계약만료를 통보받았다. 용역업체 매니저는 “업무처리에 있어 이슈가 다수 발생해 계약기간을 마무리한다”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으로 업무량이 축소하게 돼 계약기간을 마무리한다”고 알렸다. A씨 등은 서울지노위로 향했다. 이들은 “도급계약은 형식에 불과하고 실질은 계약을 연장하며 특정 시간을 고정해 근무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했다.

▲ SK커뮤니케이션즈 용역업체 소속 매니저가 모니터링 요원들에게 근무태만을 지적하며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중 일부.
▲ SK커뮤니케이션즈 용역업체 소속 매니저가 모니터링 요원들에게 근무태만을 지적하며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중 일부.

지노위 “구체적 업무수행” 청구 인용

서울지노위는 요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용역업체의 모니터링 가이드에는 제재 대상 게시물을 분류하고 삭제해야 할 단어 예시까지 규정돼 있어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법’이 정해졌다고 판단했다. 지노위는 “모니터링 업무에 실수가 있으면 사용자는 시정조치를 요구했다”며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게시판 구역을 지정·변경했고, 업무태만의 경우 계약갱신 불가라고 언급하는 등 상당히 엄격하게 근무태도 관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요원들이 고정된 시간과 컴퓨터에서 모니터링을 해 이를 타인에게 맡기는 것이 불가능했던 부분도 근로자성 인정의 근거가 됐다. 보수 성격 역시 근로시간에 비례해 지급돼 근로의 대가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모니터링 업무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정한 예외적 사유가 아니라며 A씨 등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 봤다. 결국 서울지노위는 “사용자가 근로자들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켰으므로 해고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 네이트판 모니터링 용역업체는 요원들에게 업무 미처리 등을 이유로 수수료를 차감했다.
▲ 네이트판 모니터링 용역업체는 요원들에게 업무 미처리 등을 이유로 수수료를 차감했다.

프리랜서 위장해 ‘3개월 인건비’ 절감

문제는 잇단 근로자성 인정 판단에도 용역업체가 프리랜서 계약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급계약일 경우 연차휴가수당과 주휴수당,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주휴수당·연차휴가를 받을 수 있다. A씨 등을 대리한 하은성 공인노무사(샛별 노무사사무소)는 “1년 주휴일은 52번 발생하고, 퇴직금은 30일 이상의 평균임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연차유급휴가는 11일(1년 미만)에서 15일 이상(1년 이상 근속) 발생한다”며 “프리랜서로 계약하면 유급으로 줘야 하는 90일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므로 실제로는 최소 3개월을 공짜로 사용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프리랜서 계약으로 위장할 경우 인건비를 1년에 3분의1 이상 절감하는 효과가 난다. 실제 A씨는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일하며 한 달에 100여만원의 보수만 받았다. 수당 등이 일체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소득세 납부로 인해 인건비도 줄었다. 하 노무사는 “사업주가 부담하는 4대 보험료 비율은 약 10%인데 사업소득세 3.3%만 원천징수할 경우 매달 10%의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용역업체는 5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 유급휴일과 휴일·야간근무 가산수당도 지급하지 않아도 됐다.

노동부에 체불임금 진정 “원청도 책임”

모니터링 요원들은 고용노동부에 체불임금 진정을 넣은 상태다. 원청인 SK커뮤니케이션즈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 노무사는 “모니터링 요원에게 3개월 단위로 도급계약을 유지하고 시간당 최저임금만 지급하는 것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원청이 이를 알면서도 방치했다면 공모공동정범이 돼야 하고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고용 오분류’ 행위를 노동부가 방치하고 있어 ‘전문 노무컨설팅’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씨는 자녀 3명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셋째 자녀를 임신했을 때 해고됐다. 임신이 계약종료 사유가 됐다고 한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출산하면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가 잘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그래서 임신 사실을 숨겼는데, 연차도 없다 보니 다른 근무자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출산하고 일주일 만에 바로 복귀했는데 자꾸 이슈가 생기니 해고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 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저시급을 주면서 인건비를 절감했는데도 사업비가 남는 게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애초 채용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최소 금액으로 최대치의 효율을 내고 싶은 것이라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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