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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을 모텔에 감금한 뒤 강제로 선주에게 넘긴 직업소개소 업주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선원들을 감금·폭행하거나 성매매를 알선하는 직업소개소가 늘고 있어 이번 판결이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직업안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목포시 소재 직업소개소 소장 A씨에게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감금·폭행 후 강제 승선, 연봉 대부분 착복

사건은 202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와 선원관리자인 아내, 직업소개소 사무장은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선원들을 모집해 모텔에 숙식하게 한 뒤 감시인 여성을 함께 투숙시켰다. 이들은 B(45)씨를 그해 1월1일부터 12일까지 목포시의 한 모텔에 가뒀다.

A씨 아내는 B씨를 객실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A씨는 B씨가 바지에 소변을 봐 옷을 빨아야 한다는 이유로 속옷만 남기고 나머지 의류를 모두 가져갔다. A씨 지시를 받은 사무장은 “이 XX야, 내가 나간 지 5분도 안 됐는데 또 기어 나오냐”라며 겁박하면서 두세 차례 뺨을 때렸다.

B씨를 감시한 정황은 뚜렷했다. B씨를 감시한 여성은 수사기관에서 “B씨와 함께 머물면서 필요한 것을 사다 주고, B씨가 술을 마시고 바지에 오줌을 싸면 옷을 빨아 줬다”며 “세제값을 달라고 A씨에게 요구했더니 A씨가 B씨의 옷과 운동화를 모두 가지고 갔다”고 진술했다. 모텔 종업원도 “B씨가 어떤 여자와 함께 생활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직업소개소는 모텔과 약 58미터 떨어진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고, 소개소 외부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

B씨는 9일 동안 감금된 후 이틀 만에 선주에게 넘겨졌다. B씨는 한 선주와 2021년 12월까지 승선하는 계약을 맺었다. 연봉을 3천800만원으로 정했지만, 이 중 3천500만원은 A씨 아내 명의 계좌로 이체됐다. 검찰은 A씨 등이 직업안정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직업안정법은 폭행·협박 또는 감금이나 정신·신체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것을 수단으로 직업 소개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사후 정산 ‘심리적 구속’ 법원 “실형 불가피”

1심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A씨에게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씨 아내와 사무장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감시하고 피해자 옷을 모두 가지고 가거나 폭행하는 방법으로 감금한 후 선원 근로계약을 소개했다”며 “피해자가 겪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모든 행동을 합리화하고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질타했다.

특히 A씨의 경우 유사한 혐의로 세 차례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한 차례 실형 선고를 받은 전력이 형량을 높였다. 재판부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B씨가 술을 마셔 도움이 필요해 ‘정당행위’였다는 A씨 주장도 배척했다. 다만 A씨 아내와 사무장은 A씨를 돕거나 지시받아 범행에 이른 점을 고려했다.

A씨와 아내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선원들에게 사후 정산금으로 지급한 돈은 직업소개료 외에도 피해자를 감시 또는 관리하는 기간의 숙식비와 관리비를 공제한 나머지로, 선주와의 계약에 따른 선불금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선주에게 선불금을 먼저 받은 후 선원에게 사후 정산하는 방식의 영업이 ‘심리적 구속 수단’이 됐을 것이란 판단이다. A씨는 양형이 과하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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