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노조

“5일 정도 밤새고 무리하게 작업하다 뇌전증이 발발해서 쓰러졌어요. 정신을 차리고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예술인복지재단에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서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상담하다 보니 산재로도 입증받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칼럼이나 평론 쪽에서는 계약서를 쓰고 일하는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칼럼·평론 작가 서찬휘씨)

작가를 비롯한 문화예술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일하다 다치거나 아파도 제대로 산재보험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술인 산재보험을 임의가입 형태가 아닌 의무가입으로 전환하는 등 산재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예술노동연대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언론노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화예술 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당연가입과 전면적용을 촉구했다. 기자간담회는 웹툰작가노조, 작가노조 준비위원회, 언론노조, 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가 공동주최했다.

“예술인 산재보험 가입 비율 3.5%에 불과”

프리랜서 예술인들도 2012년 예술인 복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소기업 사업주 특례방식으로 예술인에게 산재보험 임의가입을 허용한 것이다. 예술인 산재보험 가입이 도입된 지 10년 넘게 지났지만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데다 가입을 본인이 선택하는 형태여서 사각지대가 많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문화체육관광부 ‘2021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 산재보험 가입 비율은 28.5% 정도다. 가입 형태를 보면 이중 ‘직장에서 가입’이 25%이기 때문에 근로자 가입이 아닌 개인이 임의로 가입하는 예술인 산재보험 가입 비율은 3.5%에 불과하다고 문화예술노동연대는 설명했다.

문화예술노동자들은 일하다 다치고 아파도 민간보험으로 개인이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염정열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은 “촬영 현장 등에서 사고가 나면 방송사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치료·입원시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며 “실비보험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화인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사무장은 “웹툰·웹소설 작가들은 과도한 업무량에 내몰리고, 악성 유저에 의한 무분별한 비방으로 정신적 고통도 상당한데 그 피해는 작가 개인이 전부 책임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의 산업재해 분석 및 정책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를 경험한 예술인을 대상으로 피해 보상 방법을 물어본 결과 ‘보상받지 못하고 본인 비용으로 처리’나 ‘본인 개인 민간보험으로 보상’한 경우가 63.3%였다. ‘근로자 산재보험으로 보상’받은 경우와 ‘예술인 산재보험으로 보상’한 경우는 각각 1.3%, 1.6%에 불과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8월29일~9월8일 750명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로 이뤄졌다.

“고용보험처럼 의무가입 전환해야”

산재보험 당연가입과 전면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예술인 고용보험 당연적용을 시행한 것처럼 산재보험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단계적 적용이 아닌 모든 예술인에게 전면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명희 문화예술노동연대 정책위원장은 “위험한 장비를 다루는 방송·영화 스태프들에게 우선 적용하고 작가를 비롯한 창작자들에게는 나중에 적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창작이 ‘안전한’ 책상 앞에서만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건 예술환경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산재보험료 부담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정책위원장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경우 산재보험료는 사업주가 100% 부담한다”며 “예술활동의 환경을 결정하는, 예술인의 활동으로 이윤을 얻는 제작사·방송사·출판사·플랫폼·정부기관 등 실질적 사용자가 예술인 산재의 책임을 지고 보험료를 전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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