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기사내용과 무관함 <정기훈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한 지역균형투자촉진 특별법안에 대해 헌법과 노동법률 전반을 위반한 악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양대 노총은 “다시는 거론조차 해서는 안 될 악법”이라며 폐기를 위한 공동행동을 모색하고 있다.

노동·안전·환경·개인정보 등
20개 규제 완화 담아 논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4일 국회의장과 3개 원내정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등에게 특별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각각 전달했다.

지난해 11월30일 국회 산자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해당 특별법안은 지방소멸을 막고 지방투자를 촉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하고 중앙정부가 지정한 기회발전특구에 노동·안전·환경·개인정보 등의 규제를 완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삼고 있다.

양대 노총은 의견서에서 특별법안이 헌법과 노동관계법 전반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별법안에 담긴 규제특례 조항은 20개에 이른다. 근로기준법상 주 40시간 노동, 탄력적 근로시간제 규제,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 효력,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사업주 안전·보건조치 의무 등이다.

한국노총은 의견서에서 “특별법안은 지역균형투자를 명목으로 노동관계법 적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해 헌법에 따른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 보장과 노동기본권 보장의 취지를 형해화시키고 있다”며 “노동시간·최저임금 등 노동관계법상 최저 노동조건 및 임금 보호 등에 대해 광범위한 적용제외를 허용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자 생명·안전 확보를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용자 의무, 환경보호를 위한 사용자 의무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를 허용하면서 기회발전특구를 사실상 ‘치외법권’으로 용인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법상 사용자 부당노동행위를 허용하면 노조가입과 결성·운영·단체교섭·쟁의행위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최저임금·노동 3권 무력화해 위헌”

민주노총은 헌법 위반에 주목했다. 의견서에서 민주노총은 “기회발전특구 내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할 수도 있는 것으로서 헌법 32조의 근로의 권리, 33조의 노동 3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인 발상”이라며 “사용자가 노동자를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헌법 32조는 최저임금제를 비롯해 여성·연소자 노동에 대한 보호,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노동조건을 법률로 정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특별법안에는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적용 범위, 최저임금 결정 등의 규정을 배제하거나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 33조는 노동 3권을 명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 3권은 법률이 없더라도 헌법의 규정만으로 직접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라며 “특별법안은 노동 3권에 중대한 제한을 하는 내용으로,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 활동을 하면서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별법안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특례부여 절차를 통해 기회발전특구에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특례 적용을 정할 수 있다. 국회 입법권한을 행정부가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노총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양대 노총은 특별법안 폐기를 위해 국회를 압박하는 공동행동을 모색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다시는 이런 악법이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도록 못 박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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