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시대가 끝나고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CSR과 ESG의 관계를 단절이나 대체로 볼 것이 아니라 진화와 계승으로 보자는 입장도 존재한다. CSR과 ESG는 기업의 윤리와 지속가능성, 그리고 사회적 영향에 관련된 논의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지만, 여러 면에서 차이점을 보이는데 그중 핵심 사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념과 관련해 CSR은 사회·환경·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행위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기업이 대중의 기대에 맞게 사업 모델을 정비하며 새롭게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ESG는 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련된 요소를 기업이 얼마나 목적의식적으로 다루는지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CSR과 ESG 모두 이해관계자의 역할과 기능은 중요한데, 기업 외부자를 중심에 놓고 볼 때 CSR이 소비자에 초점을 맞춘다면, 상대적으로 ESG는 투자자를 중시한다. ESG는 투자자가 ‘환경 발자국’(environmental footprint) 관리, 종업원과 고객과 지역사회의 관계, 그리고 내부 지배구조 같은 기준을 통해 기업의 미래 재무성과를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둘째, 강조하는 지점과 관련해 CSR은 기업 내부에 중점을 두며 기업 가치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의도를 중시한다. 반면 ESG는 기업 외부의 보고와 투자 기준에 더 많은 중점을 둔다. 상대적으로 ESG는 주주와 투자자의 관심을 중시하며, 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련된 위험과 기회를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셋째, 측정방법과 관련해 CSR은 질적인 측면에 집중돼 있다. 이에 반해 ESG는 양적이고 표준화된 방법을 사용해 성과를 측정한다.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표준화된 평가 방법과 지표에서 ESG쪽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여러 ESG평가사(rating agencies)가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는 ESG 평가가 상업적이고 영리적인 비즈니스로 발전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넷째, 기업에 돌아가는 잠재적 혜택과 관련해 CSR은 기업의 평판을 향상하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며, 종업원의 참여와 충성도를 높이고, 소비자 및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기업에 혜택이 돌아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ESG는 투자를 유치하고, 당국의 규제와 법률적 개입을 줄이며, 재무 성과를 개선하고, 타사에 대해 경쟁 우위를 확보함으로써 직접적으로 기업에 혜택을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지배구조 측면에서 CSR이 가치 지향적인 정책의 성격을 띤다면, 상대적으로 ESG는 실리 지향적인 수단의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다.

다섯째, 기업이 부딪힐 도전과 관련해 CSR에서 기업은 내세우는 가치와 실제 사업관행에서 차이와 충돌이 발생할 경우 불성실하고 위선적이라는 사회적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ESG의 경우 기업에 요구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수집과 보고로 인해 기업의 사업 관행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리스크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여섯째, 향후 흐름과 관련해 CSR은 기업의 목표와 핵심 역량에 부합하는, 전략적이고 통합적인 접근법으로 진화하고 있는 듯하다. 대조적으로 ESG는 기업에 대한 투자 결정과 리스크 관리 전략의 핵심 요소로 정교하고 복잡하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요약하자면, CSR은 넓은 의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가치와 윤리를 반영하고 있다. 이에 반해 ESG는 투자자가 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세 가지 영역에서 기업의 리스크를 평가하는 데 특별한 초점을 맞춘다. 두 개념 모두 현대적 기업의 지속가능한 사업과 지배구조에서 필수적이지만 서로 다른 목적과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CSR과 ESG은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개념이라기보다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의존하고 상호 작용하면서 서로를 보완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CSR와 ESG 모두 현대적 기업이 진화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며, 글로벌 노사관계에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윤효원 객원기자/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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