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안전모 없이 작업하다 추락해 숨진 노동자의 사고 현장에 피해자의 혈흔을 묻힌 안전모를 몰래 놔 산재를 은폐하려 한 아파트 관리업체 책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상훈)는 지난달 15일 한 아파트 관리업체 소속 관리소장 A씨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씨 범행에 가담한 아파트 전 입주자대표회장 B씨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아파트 관리업체 대표이사 C씨는 이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번 사건은 검찰 수사 결과 ‘산재 은폐’가 드러났다. 관리업체 소속 노동자 D씨는 2022년 7월4일 경기 양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에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사다리에 올라 배관을 점검하다가 사다리가 부러지며 추락해 머리를 다쳐 다음날 목숨을 잃었다. 해당 관리업체는 직원이 약 2천400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됐다.

고용노동부는 A씨와 업체 법인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이 정한 작업발판과 안전대(추락방지보호구)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노동부는 해당업체의 최근 5년간 산업재해조사표를 검찰에 제공했다.

그 결과 검찰이 보완수사해 A씨와 B씨가 안전조치 미이행을 은폐하기 위해 안전모에 D씨의 혈흔을 묻혀 현장에 두고 간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업체측이 아파트 관리비를 아끼기 위해 배관 작업을 전문업체가 아닌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맡겼다가 사고가 나자,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사고를 은폐했다고 봤다.

2020년 10월에도 D씨가 사다리 추락 사고로 6일간 입원했는데도 정상 출근한 것으로 꾸민 사실도 드러났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업체 대표 C씨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 방침 마련(4조1호)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 및 반기 1회 이상 점검(4조3호) △안전보건 관련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 마련 및 개선 이행 점검(4조7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 범행을 직접 입건한 첫 사례다. 의정부지검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에 따라 엄정히 수사한 결과 관리소장 A씨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이 업체 대표 C씨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으로 인해 야기된 사실까지 규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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