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혜인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실업급여를 두고 말이 많다.

지난해 7월 정부와 국민의힘은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어 한국은 실업급여 하한액이 높고 지급요건이 관대하다며 부정수급을 특별점검하고 하한액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처럼 쓰이면 안 된다며 “시럽급여”라고 표현했다. 그렇지만 현실에 “시럽급여”는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이들이 논의한 실업급여 역시 한국에는 없는 제도다. 구직급여가 있을 뿐이다. 공청회 이후 정부는 노동개혁을 한다며 구직급여 제도를 만지작거린다. 이미 국회에 구직급여 수급을 어렵게 하거나 수급액을 감액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그렇지만 정부 분석은 타당하지 않다.

첫째, 정부는 일해서 최저임금만큼 임금을 받으면 세금을 떼고 180만원 정도 받지만, 최저임금의 80%인 구직급여 하한액은 185만원 정도니 일하지 않고 구직급여를 받는 게 더 이득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세금을 부과하거나 최저임금 미만 여부를 따질 때 ‘세전 임금’을 기준으로 삼는 것처럼, 공식적인 임금은 세금을 공제하지 않은 임금총액이다. 때문에 근로소득에서 세금을 공제한 ‘세후 임금’으로 급여 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구직급여 수급자는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에 의무가입해야 하므로 ‘세후 임금’을 비교할 거면 구직급여 수급자의 건강보험료를 제외한 금액을 비교하는 게 공평하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실업 기간 동안 국민연금을 납입하지 못해 노후에 연금 수급액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고려 없이 구직급여 수준이 높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건 악의적이다.

둘째, 정부는 구직급여 수준이 너무 높다고 지적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근거로 제시했다. 고용보험법상 구직급여는 평균임금의 60%로, 이를 기준으로 실업기간 소득대체율은 OECD 국가 중 중상위권에 속하는 것까지는 맞다. 그렇다고 해서 최저임금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보다 구직급여를 받는 게 더 낫다고 하는 것은 게으른 분석이다. 구직급여는 하한액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한액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취업 중 높은 임금을 받았어도 구직급여로 1일 6만6천원을 초과해 받지 못한다. 즉 구직급여액이 무한정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구직급여 수급자 중 73%가 이미 하한액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은 실업기간에 구직급여 외에 사회안전망이 없기 때문에 구직급여 수급이 끝나면 소득대체율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점이다.

셋째, 심지어 정부는 구직급여 수급을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며 고용보험 가입일 요건 180일을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독일·스위스에서도 고용보험 가입기간이 1년 이상일 때 실업급여가 지급된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그러나 독일·스위스는 실업보험을 운영하는 국가로 종속성이 있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도 의무가입 대상이다. 또한 수급 요건으로 퇴직사유를 묻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임에도 미가입된 비율과 가입에서 배제된 비율을 제외하면 전체 노동자 중 48%만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고, 비자발적 퇴직이어야만 구직급여를 지급한다. 수급 기간 역시 한국은 최대 8개월인데 반해 독일과 스위스는 12~24개월로 훨씬 길다. 이처럼 사각지대가 매우 넓은 한국과 달리, 독일과 스위스는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실업급여 제도가 활짝 열려 있다. 이러한 차이는 쏙 빼놓고 보험가입 기간만 비교하는 것은 지나치게 편향적이다.

우리가 매달 고용보험료를 내는 이유는 고용보험이 사회보험이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실업에 대비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만, 정작 고용보험기금은 구직급여뿐 아니라 기업에 지급하는 각종 장려금에도 쓰인다. 이처럼 고용보험기금이 보험가입자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지 의문이고,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를 왜 정부가 정하는지도 의문이다. 노동개혁은 이러한 측면에서 검토돼야 한다. 수급액과 수급 기간을 줄이고 수급요건을 강화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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