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와 기업이 진 빚이 3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27배에 이르러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이 증가하고, 부동산 시장 활성화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고소득자 중심으로 주택 구입 자금대출이 늘어나면서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민간 신용(가계·기업 부채) 비율은 227.0%로 추산됐다. 2분기 말(225.7%) 대비 1.3%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가계신용 비율이 101.4%, 기업신용 비율이 125.6%로 나타났다.

기업 부채를 산업별로 살펴봤더니 부동산업에서 크게 증가했다. 분석대상 업종 전체 대출 증가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분기 말과 비교해 567조원 증가했다. 이 중 부동산업(176조원)과 건설업(44조원)이 전체 대출 증가 규모의 38.8%를 차지했다.

3분기 가계신용 비율은 직전분기(101.7%)보다 0.3%포인트 낮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좋지 않다. 자금 용도에 따라 신규 취급 가계대출을 분류했더니 1~3월 41.3%였던 주택구입 용도 비중은 4~10월 46.9%로 솟았다. 연령대별로는 중장년층(40∼50대)이, 소득 수준에서는 소득 상위 30% 이상이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했다.

저소득 차주의 대출 비중은 1분기 11.4%에서 3분기에는 9.3%로 줄었다. 그런데 이들의 연체율은 지난해 2분기 5.93%에서 올 3분기에는 8.86%로 크게 올랐다. 한국은행은 “저소득 또는 저신용 상태이면서 3개 이상 기관에서 대출받은 취약 차주나 비은행금융기관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며 “최근 대출금리 상승, 소득 여건 제약 등으로 부담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소득은 적고 신용이 낮아 일반은행 대신 상호금융·보험회사·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은 취약층에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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