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주 최대 69시간(연장근로 포함)이 가능한 노동시간 개편 추진과 좌절은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올해 3월 주 단위였던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 총량으로 관리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최장 주 69시간 근무 논란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고용노동부와 대통령실, 여당은 우왕좌왕했다. 윤 대통령이 “주 60시간 이상의 근무는 무리”라고 하는 등 혼선을 거듭한 끝에 정책 재검토에 들어갔다.

어쩌면 예고된 ‘사고’였는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은 2021년 7월 대선 당시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필요한 경우 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한 뒤 쉴 수 있는 예외조항을 둬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120시간과 69시간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단서다.

정책 재검토라는 이름으로 우회한 정부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개편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제시한 개편 기본방향은 장시간 노동과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한 뜻을 접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정부는 연장근로가 필요한 제조·건설업 등 업종·직종별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사가 원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중소·영세기업의 노조조직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무용지물일 뿐, 노동시간을 확대하겠다는 분명한 의사다.

정부의 움직임은 빨랐다. 노동부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이날 대통령실이 한국노총에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고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선언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같은날 언론사 정책간담회에서 “내년 총선 전에 근로시간 개편방안에 대한 원포인트 입법을 기대한다”고 말하는 등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근로시간 개편방안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다루는 문제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하에서도 장시간 노동, 과로사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노동시간을 더 연장하는 데 노동계가 쉽게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한 뒤 경사노위가 “근로시간을 포함해 사회적 대화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알리자 한국노총이 “근로시간에 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즉각 반박했다. 윤석열표 노동정책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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