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조가 회계공시를 해야 조합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0월 시행됐다. 1천명 이상 노조가 대상이다. 노조가 정부의 회계장부 제출 요구를 ‘노동탄압’으로 보고 거부하자 관련법 시행령를 개정해 회계공시 의무화에 나선 것이다. 결국 양대 노총은 조합원의 피해를 우려해 회계공시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제도를 둘러싼 노정 갈등은 2024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노조 회계 문제를 처음 거론한 것은 당정이다. 지난해 12월18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언급하며 “노조 재정 운용의 투명성에 대해서는 정부가 과단성 있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노조의 조합비 사용 상세 내역을 노동청에 보고하도록 한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정부는 법 개정 대신 우회로를 선택했다. 당장 시행할 수 있는 행정력과 시행령 개정 카드를 꺼낸 것이다. 회계장부 제출을 요구하고 제출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했다. 회계장부 제출 요구에 협조하지 않은 노조는 국고보조금 지원에서 제외하는 제재도 병행했다. 양대 노총은 지난 3월 고용노동부의 행정행위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이정식 노동부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수사처에 고발했다.

지난 6월 정부는 압박 수위를 높였다. 조합원 1천명 이상 노조가 노조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조합비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당초 내년 1월로 예고했던 해당 시행령은 시행시기를 3개월 앞당기는 내용을 담아 재입법예고하고, 지난 10월 시행됐다. 총연맹이 회계공시를 하지 않으면 소속·가맹 노조가 회계공시를 해도 소득공제가 불가한 ‘연좌제’ 방식 탓에 조합원의 직접 피해가 우려되자 양대 노총은 같은달 회계공시를 결정했다. 다만 한국노총은 연좌제 방식으로 노조 회계공시를 강제하는 시행령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양대 노총 회계공시 결정 뒤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총연합단체 명칭·연합단체 명칭·소속된 단위노조 명칭·사업자등록(고유)번호 등 법률 근거가 명확지 않은 각종 정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노조 회계공시를 이유로 노조에 대한 정보를 한데 모아 관리하면서 노조 활동에 대한 행정개입의 여지는 더 커졌다. 노동탄압 도구로 활용할 것이라는 의구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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