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소희 기자

쿠팡 퀵플렉스 물류배송을 담당하는 협력업체 주식회사 디오비로지스가 수년간 택배노동자들과 업무 위·수탁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택배노조는 21일 오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전국에 350여명의 퀵플렉서가 소속된 디오비로지스는 수년간 일부 택배노동자들과 업무 위·수탁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문제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영업점을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택배노동자는 특수고용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 업무 위·수탁 계약은 사업자 간 계약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서 미작성으로 처벌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국토교통부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 32조를 통해 영업점과 택배노동자 간 표준계약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법적으로 의무가 아니다. 사각지대에 놓인 택배기사의 지위를 악용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일이 현장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수수료를 떼이거나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당하는 등의 불이익은 오롯이 택배노동자 몫이다.

한선범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택배노동자는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져도 노동청에 진정을 넣을 수도 없고 이번 계약서 미작성 문제도 법적으로 처벌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택배노동자들은 디오비로지스가 2년 연속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쿠팡 용인3캠프에서 일하는 남궁창(50)씨는 “3년째 분당지역에서 퀵플렉서로 일하지만 계약서라는 것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고 그 누구도 알려준 적이 없다”며 “지난해도 대리점을 통해 수수료가 50원 삭감됐는데 올해 120원을 더 삭감하겠다고 해 무척 힘들다”고 호소했다.

같은 곳에서 일하는 정혁민(42)씨도 “수익을 유지하려면 더 많이, 더 오랜 시간을 일해야 하지만 몸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과로사한 택배노동자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디오비로지스 관계자는 “계약서 없이도 그간 큰 문제 없이 구두상 계약을 유지해 왔다”며 “수수료의 경우 노조에서 협상 등을 요청하지 않고 바로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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