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비정규직 규모가 줄고 차별이 개선되던 흐름이 윤석열 정부에서 뚝 멈췄다. 아니 거꾸로 가고 있다. 사회보험 가입률 증가폭이 큰 폭으로 축소되고, 지난 정부에서 상승 곡선을 그렸던 노조조직률은 다시 내리막길로 전환했다. 비정규직의 임금교섭 성격을 지니는 최저임금 인상률도 증가폭을 낮췄다.

비정규직 사회보험 가입률 상승폭 줄고
노조조직률은 상승 → 하강 흐름으로 변화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17일 ‘비정규직 실태의 중장기적 변화 분석 : 2001~2023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정권 단위로 나누어 비정규직 실태를 비교했다. 각 정권의 정책 효과를 검토하기 위해서다. 해당 정권 집권 마지막 해와 선행 정권 마지막 해 자료를 비교했다. 분석 대상은 △비정규직 규모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 △노조조직률 △사회보험 가입률 변화다.

정권에 따라 변화가 컸던 지표는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률이다. 2001년 20.93%이던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률은 상승세를 타고 올해 52.37%까지 늘었다. 모든 정부에서 상승 추세였지만, 상승률 진폭이 정부마다 달랐다. 노무현 정부에서 8.44%포인트 가파르게 올랐던 가입률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4.34%포인트, 2.37%포인트를 기록하며 증가폭이 반토막, 반에 반토막이 났다. 문재인 정부가 전 국민 고용보험을 선언하고 플랫폼 노동자·특수고용직·프리랜서 등 비임금 노동자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정책을 추진하면서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률은 11.52%포인트로 두 자릿수 증가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자영업자까지 확대하겠다던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는 윤석열 정부 들어 흐지부지되면서 증가율은 2.15%포인트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증가율의 5분의 1 수준이다.

비정규직 노조조직률도 진폭이 컸다. 2003년 2.37%이던 비정규직 노조조직률은 현재 2.77%로, 20년 전에 비해 고작 0.4%포인트 상승했다. 정권마다 상승과 하강 국면이 출렁이며 나타난 결과다. 노무현 정부 시절 0.86%포인트 상승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1.22%포인트 감소했고 박근혜 정부가 0.24%포인트 더 감소시키며 하강 흐름을 유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1.2%포인트 늘며 상승세로 전환했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0.19%포인트 줄어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비정규직 조직률의 하락세는 특수고용직이 견인했다. 임시직과 단시간, 간접고용 부문 노조조직률은 2003년과 비교해 각각 1.3%포인트, 1.21%포인트, 1.82%포인트 오른 3.88%, 1.21%, 3.10%를 기록했지만 특수고용직은 1.96%포인트 떨어진 2.3%를 기록했다. 센터는 “2006년 말 비정규직 관계법 제·개정 시기에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특수고용직 단결권이 보장받지 못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비정규직 최고임금인 최저임금은?

비정규직에겐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인 경우가 적지 않다.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노무현 정부에서 10%대에서 7%대로 줄어들다 윤석열 정부에서 3%대로 급격히 낮아진다. 노무현 정부 인상률은 10.64%, 이명박 정부는 5.21%, 박근혜 정부는 7.42%, 문재인 정부는 7.12%,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3.75%를 기록했다.

센터는 “비정규직 실태는 정권별 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났는데, 이는 정부 정책의 효과가 그만큼 드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민의힘 계열 정부 시기에 비해 민주당 시기에 비정규직 문제가 많이 개선됐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특히 비정규직 문제 개선 정도가 큰 시기는 문재인 정부 시기”라며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시장의 자율성과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비정규직 문제 개선 추세는 멈췄다”고 꼬집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58%→ 41%로 꾸준히 감소?
“통계에 잡히지 않는 350만명 있다”

통계 수치만 보면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비정규직 비율은 2001년 55.2%에서 올해 41.0%로 줄어들었다. 정규직이 약 600만명에서 1천300만명으로 증가할 동안 비정규직은 약 750만명에서 900만명 늘었다. 센터는 “비정규직 오남용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다만 분류를 잘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센터는 “자영업자로 분류된 특수고용직, 협력업체 정규직으로 분류된 사내하청 비정규직, 비경제활동 인구로 분류된 학업수행 단시간 노동자는 적게 잡아도 각각 100만, 150만, 1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구성은 임시직에서 단시간 노동자로 바뀌는 흐름이다. 임시직은 2001년 전체 임금노동자 중 38.3%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18.6%로 줄었다. 같은 기간 단시간 노동자는 4.3%에서 13.4%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단시간 노동자 규모는 매 정부 증가해 왔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가장 많이 증가했다. 전 정권 대비 65%가 늘었다.

센터는 “정부가 고용률 7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 상용형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을 추진했는데 정규직 일자리를 단시간 일자리로 쪼개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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