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아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3. 10. 20. 선고 202159610 판결

1. 사건의 경위

40톤 연근해 어선에서 일하던 베트남 국적의 N씨는 2020년 5월4일 오전 7시 고기잡이 그물의 쇠줄을 감는 작업을 하던 중 쇠줄에 손이 감겨 우측 견갑골 골절, 우측 엄지 절단 등의 부상을 입었다. 이에 대해 N씨는 어선원재해보상보험을 운영하는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를 상대로 산재보상급여를 청구했는데 수협은 월 186만2천240원을 승선평균임금으로 적용해 급여를 산정했다. 그런데 2020년도 선원 최저임금 고시에 따르면 선원 최저임금은 월 221만5천960원이고 어선원의 재해보상시 적용되는 승선평균임금 최저액은 월 458만3천140원이다. N씨가 적용받은 승선평균임금이 법령에 따른 어선원 재해보상 승선평균임금 최저액의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함은 물론, 선원 최저임금에도 수십만원 미달하는 수준이다. N씨는 재해보상급여가 잘못 산정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N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N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2. 2020년도 선원 최저임금 고시(해양수산부고시 제2019-184호) 및 노사합의서

선원 최저임금고시는 ‘선원 최저임금’ 외에 ‘어선원의 재해보상시 적용되는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 산정을 위한 월 고정급의 최저액과 승선평균임금’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1) 선원 최저임금: 월 221만5천960원

2) 어선원의 재해보상시 적용되는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 산정을 위한 월 고정급의 최저액: 월 261만8천940원

- 어선원의 재해보상시 적용되는 승선평균임금: 월 458만3천140원

그리고 ‘적용의 특례’로서 “외국인 선원의 경우 해당 선원노동단체와 선박소유자단체 간에 단체협약으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음. 다만, 최저임금이 종전의 임금수준을 낮추어서는 아니됨”이라고 규정한다.

2018년 5월14일 선원노련과 수협은 ‘연근해어선 외국인선원 고용 등에 관한 노사합의서’로 외국인선원 도입규모를 1만7천300명으로 하고, 고용허용업종을 확대하기로 하고 최저임금을 다음 표와 같이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육상근로자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정하는 반면, 선원의 최저임금은 월급으로 정한다. 어선원의 경우 근로시간 규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위 표만 봐서는 2021년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 수협은 월 186만2천240원이라고 주장했고, 대상판결은 해당 액수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3. 사건의 쟁점과 서울고등법원의 판단

사건의 쟁점은, ①어선원의 재해보상시 적용되는 월 고정급 최저액과 승선평균임금이 고정급 외에 비율급이나 생산수당을 받지 않는 어선원에도 적용되는지 ②외국 국적 선원의 최저임금을 노사합의로 정하도록 재위임한 선원 최저임금고시가 적법한 것인지 ③어선원의 재해보상시 적용되는 월 고정급 최저액과 승선평균임에 관한 사항도 재위임했다고 볼 수 있는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과 관련 대법원은 이미 어선원의 재해보상시 적용되는 월 고정급 최저액과 승선평균임금이 임금을 생산수당 또는 비율급으로 지급받는 경우만 아니라, 고정급만을 지급받는 어선원에게도 적용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3. 12. 29. 선고 2013두5821 판결). 대상판결도 해당 판시를 따랐다. 그런데 ②, ③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외국 국적 선원에 대한 최저임금을 노사합의로 정하도록 재위임한 것은 위법하지 않고, 해당 재위임에 ‘최저임금’ 외에 ‘재해보상시 적용되는 월 고정급 최저액과 승선평균임금’도 포함되며 그렇게 해서 노사합의로 정해진, 최저임금을 하회하는 임금 최저액 역시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대상판결은 외국인 선원의 사용자는 이들의 숙식비 내지 본국 귀국시 송환비용 등도 부담하므로 임금산정시 이러한 비용부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단체협약으로 달리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할 필요가 있고, 같은 이유로 단체협약으로 외국인 선원에 대해 내국인 선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 최저액이 정해진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다. 오히려 “‘월 고정급만 받는 외국인 선원’까지 선원 최저임금고시 제2조 가.항 제2호를 적용함으로써 ‘생산수당 또는 비율급으로 임금을 지급받는 어선원’과 형평에 어긋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는 바, 그러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사 간에 단체협약 체결을 통해 자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 바로 선원 최저임금고시 제2조 나.항 제3호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선원노련이 외국인 선원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외국인 선원은 ‘선원노련의 특별회원’이고, 달리 외국인 선원을 조합원으로 둔 다른 노동조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표권이 있다고 봤다.

4. 대상판결의 문제

대상판결은 국적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정하고, 재해보상 최저액 역시 달리 산정하는 것은 정당한 차별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월 고정급만 받는 외국인 선원”이 ‘재해보상시 적용되는 월 고정급 최저액과 승선평균임금’의 적용으로 자신이 받는 임금 수준과 사용자가 실제 납부한 보험료에 비해 높은 수준의 장해보상일시금을 지급받게 되는 것은 내국인 선원들과 “형평에 어긋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봤다. 하지만 사용자가 외국인 선원에 대해 낮은 수준의 보험료를 납부한 것은 외국인 선원에 대해 임금이 차별적으로 책정된 결과다. 그로 인한 불이익을 선원에게 전가하는 논지는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법정 근로조건인 최저임금 차별은 헌법상 평등원칙, 사회권규약 7조,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협약(111호), 선원법 5조가 준용하는 근로기준법 6조에 따른 국적 등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금지 위반의 문제가 있다. 대상판결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본 “월 고정급만 받는 외국인 선원”에 대한 선원 최저임금고시 2.가.2)의 최저기준에 따른 재해보상급여 산정보다 훨씬 중대하고 명백한 차별의 문제가 있다. 특히 선원 최저임금고시 2.가.2)가 고정급만을 받는 어선원도 적용된다고 보면서도, 외국인 선원이라 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도 취약하다.

대상판결이 외국인 선원에 대한 최저임금 차별이 합리적이라고 본 근거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외국인력 도입으로 입국하는 외국인 어선원은 해양수산부의 ‘외국인선원 관리지침’에 따라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하는데, 대상판결은 표준근로계약서의 내용을 근거로 최저임금 차별이 합리적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표준근로계약서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것은 도입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착취 등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다. 실제로는 막대한 송출비용, 여권 등 신분증 압수, 열악한 숙소, 임금체불, 산재 등의 숱한 인권 및 노동권 침해를 막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저임금 고시 별표에 따르면 “식사, 기숙사·주택 제공, 통근차 운행 등 현물이나 유사한 형태로 지급되는 급여 등 선원의 복리후생을 위한 성질의 것”은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그러므로 표준근로계약서의 내용을 이유로 외국인에 대한 최저임금 차별이 합리적이라는 대상판결은 평등원칙, 근로조건 법정주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 등 헌법과 노동법의 기본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외국인력도입 과정에서의 중간착취와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국내·외 기준에도 위배된다.

한편 선원노련이 외국인 선원을 대표한다는 판시 역시 타당하지 않다. 선원노련과 수협이 외국인 선원에 관한 협약을 체결해 외국인력 도입 규모 등을 정하는 것은, 같은 노동시장에 있는 내국인 선원들이 외국인력 도입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선원노련이 외국인 선원들에 대해 최저임금을 하회하는 임금을 정할 수 있는 대표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외국인 선원들이 선원노련의 특별회원으로 지칭되는 것은, 선주들이 외국인 어선원 1인당 월 5만원의 특별회비를 선원노련에 납부하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 선원은 선원노련에서 의결권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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