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정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주택 공급사업을 민간에 개방한다. ‘철근 누락’ 사태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것인데, 이를 핑계로 ‘LH 민영화’에 나섰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오전 ‘LH 혁신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4월 인천 검단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후속대책이다.

LH, 주택건설 사업서 손 떼나

가장 눈에 띄는 건 LH 중심의 공공주택 공급구조를 민간과 경쟁시스템으로 재편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공공주택 사업시행자 중 LH가 공급량의 72%, 서울주택공사(SH) 등 지방공사가 28%를 맡고 있다. 정부는 LH가 공급을 ‘독점’하면서 공급 여력이 부족하다고 봤다. 공급 목표물량이 누적되면서 건설과정에 대한 관리소홀과 부실감리, 품질저하 등 악순환이 유발됐다는 것이다.

공공뿐 아니라 민간 건설사도 공공주택사업을 직접 시행해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현재는 LH가 발주처로 시행을 맡고, 민간 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공공주택 건설 기능을 민간에 전부 넘기는 안까지 거론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아예 LH는 토지만 제공하고 민간 사업자가 사업 시행자가 돼 모든 설계와 시공, 감리를 모두 전권으로 하게 된다”며 “민간이 시행하는 것이 LH가 주로 공급하는 도급 방식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품질 면에서 좋다고 한다면 LH는 주택 건설사업에서 손 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LH의 권한 분산을 위해 공공주택 건설의 설계·시공업체, 감리업체 선정 권한을 조달청과 국토안전관리원에 각 이관하는 안이 포함됐다. 2급 이상 고위전관이 취업한 업체는 LH 사업에 입찰이 원천 제한하고, LH 퇴직자 재취업 심사 대상은 현 2급 이상에서 3급 이상으로 확대했다.

“집 더러워 치우랬더니 집 팔겠다는 격”

엉뚱한 해결책이 나왔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철근 누락 사태는 시행이 아니라 시공 과정에서 발생한 일인데 왜 시행의 주체를 바꾸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LH의 독점이 문제라면 그 권한을 지방 공공기관에 분산해야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LH가 공공주택 공급을 독점한다는 건 SH나 경기도시공사 등 지역공사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지역공사의 역량 강화가 아니라 민간 참여로 LH 독점을 깨면 공공성이 후퇴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공공기관의 기능 일부를 민간에 넘기는 ‘우회 민영화’란 비판이 거세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과)는 “LH는 일부 사업으로 돈을 벌어 주거복지에 쓰는 교차보조 형태인데, 민간에 수익사업을 넘겨주면 LH는 돈을 벌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공공사업으로 얻은 이익을 민간이 가져간다는 게 제일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은영 소장은 “민간이 공급하면 집값이 엄청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공공주택을 공급할 생각이 없는 게 아닌가. 민영화라는 말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최 소장은 이어 “공공주택 특별법상 공공주택 공급자는 LH와 지방공기업 등”이라며 “정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집이 더러워 치우라고 했더니 집을 팔아 버리겠다는 격”이라며 “주택 공공성 확보라는 LH 설립 목적과 완전히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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