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서 안 나오는 겁니까, 이 자리가 누추해서 안 나오는 겁니까.”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가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개최한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의 발언이다.

공대위에 소속된 공공부문 노조들은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등으로 노사관계를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는 기획재정부에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이 원청 사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것과 유사하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공공기관 효율화’를 주장하며 2025년까지 공공기관 정원 1만2천442명을 줄이기로 했다. 대규모 인력감축을 추진하면서도 당사자인 노조의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임금·복리후생 등 노동조건은 예산 편성 칼자루를 쥔 기재부 손 위에서 사실상 결정된다.

이 때문에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지난 6월 우리 정부에 “공공기관노조를 대표하는 단체가 완전하고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정기적인 협의 메커니즘을 만들도록 권고”한 바 있다. 지난달에도 ILO는 “교섭 당사자의 자율성이 충분히 존중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보장하고 공공기관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과 협의한 사항을 (결사의 자유)위원회에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공대위는 8월16일 정부에 정식 교섭을 요구한 데 이어 최근까지 네 차례에 걸쳐 교섭요구 공문을 보냈다. 이날 기자회견은 공대위가 네 번째 공문에서 요구한 교섭일시에 맞춰 열렸다. 공대위에 속한 5개 노조 대표자는 분통을 터트렸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정정희 공공연맹 위원장 당선자는 “우리의 임금·노동조건·복리후생 모두를 틀어쥐고 있는 기재부는 노정교섭에 즉각 응답하라”고 말했다.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공공병원·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당연한 요구에 대해 기재부는 예산 타령을 하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노조 41개 지부 중 9개 국책금융기관은 기재부의 총인건비 가이드라인에 묶여 산별협약에도 한참 못 미치는 임금인상률에 갇혀 있고, 임금 밖의 현안에 대해서도 경영진은 기재부 뒤에 숨어 버리며 노사관계를 형해화하고 있다”고 소리 높였다.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은 “국제사회가 권고하는 노정교섭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고 반문했다. 강철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악덕 사업주처럼 지금 (교섭요구를 거부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회에도 공공기관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할 수 있는 입법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공대위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민주적으로 운영되도록 시민사회와 노동자 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에 담으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영화 금지 및 재공영화 기본법(민영화 금지법)을 제정해 공공기관 자산매각이나 민영화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자는 것도 주요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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