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로스 다우서트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지난 2일 ‘한국은 소멸하는 국가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 인구가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할 수 있다고 썼다. “한국의 합계출산율 올해 3분기에는 0.7명”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게 된다” “2060년 말까지 인구가 3천500만명 아래로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 2019년 0.92, 2020년 0.84, 2021년 0.81, 2022년 0.78명으로 가파르게 저하했고, 내년에는 0.6명대로 예상된다. 출생아수는 올해 1~3분기 누적 17만7천137명으로 10년 전인 2013년 33만4천601명의 52.9%에 불과하다. 사상 초유의 인구감소 추세다.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2006년 세계인구포럼에서 한국을 인구감소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로 지목했다. 그리고 올해 5월 한국을 방문해서는 “이대로 가면 2750년엔 한국이라는 나라가 소멸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런 전망은 사물을 총체적 연관 속에서 고찰하는 변증법적 방법이 아니라 그 하나만 따로 떼어 살펴보는 형이상학적인 방법에 의거하고 있어서 설명력이 매우 낮다. 그러나 한국의 인구문제가 극히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저출산 문제는 이코노미스트가 올해 6월 보도했듯이 자본주의가 발달하는 나라들에서 범세계적으로 공통된다. 또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쉬쉬했지만 오래전부터 진행돼 오던 문제다.

마르크스는 “모든 특수한 역사적 생산양식은 자기 자신의 특수한 인구법칙을 가지고 있다”고 통찰했다. 그는 자본이 축적 과정에서 부단히 노동을 기계로 대체함으로써 상대적 과잉인구, 즉 산업예비군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폭로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상대적 빈곤과 비인간화의 심화로 인구가 절대적으로 줄어드는 것까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과 같은 낮은 출산·출생율과 인구감소는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와 이를 상쇄하려는 자본의 착취강화 공세로 인한 노동자의 삶의 질의 악화에 기인한다. 이는 자본주의 쇠퇴기에 나타나는 특수한 인구법칙이다. 이 법칙은 노동과 자본의 계급역관계가 비대칭적일수록 심하게 나타난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의 절대적 감소가 노동운동이 죽은 일본에서부터 드러난 것, 천민자본주의 한국이 저출산 세계 최고를 기록하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인구감소는 부르주아 석학이 겁주는 것처럼 까마득한 훗날 ‘국가 소멸’을 가져오기 이전에 ‘생산양식 해체’부터 가져온다. 유럽 봉건제는 14세기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15세기부터 해체되기 시작했다. 이런 대규모 인구감소의 직접적 원인은 흑사병에 있었지만 흑사병이 확산한 배경에는 농민들의 극심한 건강상태 악화가 있었다. 그리고 농민의 건강상태 악화 배경에는 봉건적 생산양식의 쇠퇴가 있었다. 유럽 봉건제는 11~13세기 황금기를 거치며 인구폭증으로 열등지까지 경작하게 됨으로써 생산성이 저하했고, 이에 따라 영주의 지대율이 경향적으로 저하했다. 이에 대응해 영주들은 농민들에 부과하는 지대율을 높이려 했으며, 이에 더해 백년전쟁 같은 전쟁으로 조세수탈을 가중시켰다. 이것들이 농민의 건강을 현저하게 악화시켰다. 그러자 농민들은 반란으로 저항했고, 양심적 사제들은 농노제가 진리가 아니라는 사상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이 14세기를 경제사에서는 ‘봉건위기’라고 부른다. 부르주아들은 현재의 세계적 인구위기를 14세기 유럽에 비유하곤 한다. 그리고 흑사병 같은 자연적 재해나 동양의 가부장적 문화를 원인으로 들먹인다. 하지만 그들의 호도와는 달리 14세기에나 지금이나 인구감소의 근본 원인은 낡은 생산양식·생산관계다. 21세기는 봉건위기 이후 700년 만에 도래한 생산양식 위기의 시대, 임금노예제가 사라지는 시대다. 그것은 주체의 실천에 따라 빠를 수도 늦을 수도 있다. 각 나라의 주·객관적 조건에 따라 곧바로 사회주의 혁명을 할 수도, 민족해방혁명을 거칠 수도, 민주주의 혁명부터 해야 할 수도 있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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