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정상’의 이름을 가장하고 있던 전통적 경제, 사회, 문화, 노동의 해체를 경험하며 사회·경제·문화적 약자로서 청년이 등장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청년을 사회를 이끌어가는 트렌드 또는 브랜드로 상징하거나 기존의 사회와 부조화를 일으키는 존재로 규정하며 열정을 요구하거나 해석의 대상으로 타자화하는 담론이다. 이런 호명은 지금 ‘MZ 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사자 참여전략’ 그리고 ‘청년의 문제는 청년이 가장 잘 안다’는 슬로건은 청년단체에 청년문제의 해결은 청년의 삶을 가장 잘 아는 당사자인 청년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을 담고 있다. 동시에 국민을 닮은 의회의 구성이라는 세대 균형 맞추기와 함께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밖에 없는 청년세대에 대한 정치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함께 있다.

그렇기에 지난 시기 청년운동은 ‘청년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왔다. ‘정치 전략’도 청년 당사자가 정치의 장에 나서서 역할해야 한다는 주장을 만들어왔다. 기성의 것과의 부조화를 강조하지는 않지만 더 자유로운 사회, 덜 권위적인 사회, 더 민주적인 사회라는 지향을 기반으로 아픈 청년이든 안 아픈 청년이든 청년에게 기회를 달라는 패러다임으로 갈등 없는 운동의 전선을 만들어왔다.

생물학적 나이의 청년이 정치를 해야 정치가 바뀐다고 하는 ‘인물론’ 또는 ‘세대론’의 성격을 띤다는 측면에서 세대를 중심으로 한 권력교체의 갈등을 대표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으나, ‘청년에게 기회를’이라는 슬로건이 보여주듯 2010년대의 청년정치는 갈등을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것을 대가로 기성 권력에게 몇 개의 자리를 양보받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 그리고 그 다음의 세계관, 어용노조와 민주노조 그리고 그 다음의 일하는 시민의 노동조합, 능력주의와 경쟁을 기반으로 한 성장 패러다임과 평등주의와 분배를 기반으로 한 탈성장 패러다임 모두가 설명할 수 없는 시민의 삶에 대해, 가부장적 지배질서의 사회에서 성평등한 사회로의 나아가는 데 ‘청년정치’는 어떤 대표성을, 어떤 영향력을 만들어 왔을까. 지금 청년정치의 현주소는 ‘정체성 정치’ 한계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사회경제적 불평등 계급으로서 청년은 젠더갈등과 내부의 계급 격차로 특정한 세대로서의 주체적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왜 진보에는 이준석이 없냐고? 왜 더불어민주당은 혐오하는 팬덤정치에 휘둘려 이 모양 이 꼴이 됐는지에 대해서 질문했으면 한다. 그리고 질문하자 이준석은 어떻게 성장하였는가, 기성권력과 어떻게 맞섰고 국민의힘의 ‘선거 조작 세력’ ‘가스통 태극기 부대’와 싸웠는지 말이다. 과연 기성권력과 갈등을 만들며 자기 세력을 구축하고 정치를 만들어 왔는지 말이다. 어느 날 고민이 많은 친구가 전했다. ‘청년’임을 자처하며 정치를 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는데, 정작 어떤 정치를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게 지금 현실이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tjfrla3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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