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 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19다289310 판결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1. 사안의 개요

부산공무원노동조합(이하 ‘부산공무원노조’)은 부산광역시청과 부산광역시의회, 그 직속기관과 사업소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가입한 단위노동조합이다. 부산공무원노조는 2007년 설립 당시에는 가입한 연합단체가 없었지만 2014년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전국광역시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광역연맹)에 가입했다. 그런데 부산공무원노조는 광역연맹에 가입하면서도 당시 광역연맹이 가입돼 있던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에는 가입하지 않고 2018년 1월까지 상급단체(공노총) 가입 유예기간을 두었다. 그리고 부산공무원노조의 규약에는 가입한 상급단체의 명칭이 기재되지 않은 채 “조합은 자주적·민주적·통일을 지향하는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탈퇴할 수 있다”고만 규정돼 있었다.

부산공무원노조는 2018년 6월 상급단체(공노총) 가입을 안건으로 하는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했는데, 조합원 77%가 투표에 참여해, 그중 55% 찬성으로 공노총 가입을 의결했다.

그런데 조합원들 중 일부가 이 사건 의결이 정족수 미달로 무효임을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소속된 연합단체(상급단체)의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11조5호에 따라 규약의 필요적 기재사항이므로, 이 사건 의결은 결과적으로 규약의 변경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서 노조법 16조2항에 따라 재적과반수 출석, 출석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특별의결정족수를 요구하는데, 이 사건 의결은 55% 찬성에 불과해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 원고들 주장의 핵심이다.

2. 판결의 요지

1심과 2심, 대법원은 모두 이 사건 의결이 적법·유효하다고 봤다. 원고들의 주장과 달리 상급단체 가입 의결에는 재적과반수 출석, 출석과반수 찬성, 즉 일반의결정족수로 족하다고 본 것이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 노조법은 소속된 연합단체(상급단체)가 있는 경우 그 명칭을 규약에 기재해야 하도록 규정하고(11조5호), 규약의 변경에 관한 사항은 노동조합의 특별결의(재적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데(16조2항), 연합단체의 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하면서도(16조1항6호) 총회의 특별결의 대상으로는 명시적으로 나열하고 있지 아니하다(16조2항). 따라서 연합단체의 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일반결의 사항이라 보는 것이 법률의 문언적·체계적 해석에 부합한다.

② 부산공무원노조의 규약에는 “조합은 자주적·민주적·통일을 지향하는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탈퇴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으므로, 상급단체에 가입하는 의결은 이를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

③ 이 사건 규약과 같이 당초 소속된 상급단체의 명칭이 기재돼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특정 상급단체에 가입하기로 하는 안건이 일반결의로 통과됐음에도 노동조합이 그와 같은 내용으로 규약을 개정하기 이전이라도 소속된 상급단체의 불일치가 발생할 여지는 없다.

④ 원고들이 인용한 서울고등법원 2012년 7월6일 선고 2011나9409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2년 9월12일자 2011라1252 결정은 규약에 소속된 상급단체의 명칭이 기재된 경우에 대한 판단이다. 기존의 상급단체에서 탈퇴하고 새로 상급단체에 가입하는 것은 규약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에 해당해 특별결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이다. 이 사건과 같이 규약의 변경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경우는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 결정과는 사안을 달리한다(즉, 특별결의가 아닌 일반결의로 족하다).

3. 판결의 의의

가. 기존의 판결과 학설

노조법 16조1항에서 ‘연합단체의 설립·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으므로, 상급단체 가입이나 탈퇴를 위해서는 총회(또는 총회를 갈음하는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다만 상급단체의 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이 노조법 16조2항 1문의 일반의결정족수(재적조합원 과반수 출석, 출석조합원 과반수 찬성)로 족한지, 같은 항 단서의 특별의결정족수(재적조합원 과반수 출석,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 의해야 하는지로 두 가지 해석이 나뉘어 왔다.

노조법이 연합단체의 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하면서도(16조 1항6호) 총회의 특별결의 대상으로는 명시적으로 열거하고 있지 않으므로(16조2항), 연합단체의 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은 일반의결로 족하다는 해석이 첫 번째다. 반면 소속된 연합단체가 있는 경우 그 명칭은 규약의 필수적 기재사항이므로 연합단체를 설립·가입·변경하는 경우에는 규약의 변경이 필요하고, 따라서 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도 결과적으로 특별의결정족수의 적용을 받게 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동안 학설은 후자의 해석이 오히려 유력했던 것으로 보이며(노동법실무연구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주해I>),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원용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서울고등법원 2012. 7. 6. 선고 2011나94099 판결)도 후자의 해석을 따른 것이다. 반면 노동부는 일반의결정족수에 의하면 되는 것으로 유권해석했던 사례가 있다(고용노동부 행정해석, 노사관계법제과-3472).

나. 본 판결의 의의

위와 같이 해석이 나뉘어 온 가운데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노동조합의 상급단체 가입·변경 시 필요한 정족수에 대해 처음으로 내놓은 판단으로 기준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상기한 것처럼 가입된 상급단체가 있으면 ‘특별의결’이 필요하다는 게 학설의 주류와 하급심 판결이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의결정족수와 관련된 논란은 어느 정도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다소 도식적일 수는 있으나 이번 판결에 따라 노동조합이 상급단체에 가입·탈퇴(변경)하는 경우 의결정족수를 경우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상급단체가 없는 노동조합이 최초로 상급단체에 가입하는 경우

- 일반의결정족수에 의하면 족하다.

② 가입한 상급단체의 명칭이 규약에 규정돼 있는 경우

- 이 경우 상급단체를 변경(탈퇴)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규약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으로 특별의결정족수에 의해야 한다.

③ 가입한 상급단체의 명칭이 규약에 규정돼 있지 않은 경우

- 이 경우엔 상급단체를 변경(탈퇴)하더라도 규약과 불일치가 발생할 여지는 없다. 일반의결정족수로 상급단체를 변경(탈퇴)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이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경우는 상급단체가 없는 노동조합이 상급단체에 가입하는 때다. 무상급 노조가 상급단체에 가입하는 것은 규약의 ‘실질적’ 변경에는 항상 해당하지 않으므로, 언제나 일반의결정족수로 가능하다. 결국 이번 판결은 상급단체 가입 문턱을 낮추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작지 않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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