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주최로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과 대책 정책토론회. <정기훈 기자>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중소기업 간 영업이익률·지불능력 격차를 완화하는 동시에 산별체제 강화를 통한 초기업 교섭·협약으로 불평등을 줄여가자는 제안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정책은 이중구조를 고착화·심화하는 것이어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윤석열 정부 정책은 이중구조 고착화·심화”

양대 노총은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과 대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진보당 의원들이 함께 토론회를 준비했다.

이날 토론회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대책의 허구성을 폭로하기 위한 목적에서 마련됐다. 정부는 대기업·정규직·고임금 노동자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가 노동시장 불평등을 심화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1차 노동시장을 대상으로는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이에 저항하는 노조의 힘을 빼기 위해 ‘노조 때리기’ 정책을 지속해 펼치고 있다. 2차 노동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노동시간 규제 완화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노동시간 유연화는 1차 노동시장 노동자보다는 노조 영향력이 약한 2차 노동시장 노동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첫 발제를 맡은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으로 ‘기업 간 지불능력 격차’를 가장 먼저 꼽았다. 기업 내 임금 불평등보다 기업 간 임금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한 그는 “노동자 생산성과 무관하게 기업별 임금 프리미엄이 발생했고, 기업 수익성 차이가 프리미엄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은 매출액 대비 평균 5.7%의 영업이익을 내지만 중소기업은 평균 3.5%에 그친다”며 “중소기업의 낮은 이익률은 투자와 임금 증가를 저해하는 원인이 되며 대기업의 초과이윤은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사내에 유보해 경제 전체의 투자와 내수가 위축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 간 임금격차를 확대하는 중층적 하도급 구조를 개선하고, 초기업 교섭·협약을 촉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용형태별 임금격차는 개선
기업 규모별 임금격차는 제자리

이어 발제를 맡은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과)는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비중, 300명 이상 기업 대비 300명 미만 기업의 임금 비중을 토대로 이중노동 시장구조 실태를 진단했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비중은 2006년 55.3%에서 지난해 70.6%로 격차를 줄여 나갔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기업 규모별 임금 비중은 50.8%에서 56.8%로 큰 움직임이 없다. 기업규모에 따른 임금격차가 이중노동시장의 실태임이 명확한 셈이다.

성별 임금격차도 이중노동시장의 큰 특징이다. 2021년 기준 남성노동자가 100을 받을 때 정규직 여성 노동자는 69.8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는 57.6을 받는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 차별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데다가, 비정규직 중 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차별도 중첩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교수는 “정규직 근속연수는 비정규직의 3배가량 더 긴 데 고용형태 이면에 근속에 따른 임금격차가 존재함을 보여 준다”며 “기업의 지불능력이나 근속 등이 우선 고려되는 임금체계를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와 직무가치를 반영한 임금체계 개발과 확산, 초기업 교섭의 확대를 제안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차 노동시장에서 산별 노사관계 체제를 형성하자”며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2차 노동시장에서 단지 조직화와 그 이후 기업별 교섭을 활성화한다는 전략만으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숙련과 경력을 중심으로 하는 표준화한 임금체계를 노동의 시각에서 정립하고, 산업별 교섭 방식으로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임금노동 부문은 직무와 경력을 중심으로 한 가칭 ‘사회적 직무급’ 임금체계를 구축하면서 산별교섭을 지향하는 집단교섭으로 현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화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민주공화국을 지향하는 헌법 정신과 양립할 수 없다는 진단도 나왔다. 헌법 정신에 따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민주공화국 발전을 위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야기하는 노동법제의 헌법 적합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헌법 정신에 비춰 노동정책은 노동친화적으로 펴야 하고, 노동제약적 정책은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는 이들 외에도 정영훈 부경대 교수(법학과)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을 위한 개별 근로관계법상 과제를 발제했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정길채 민주당 수석전문위원·박태우 진보당 노동정책국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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