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선거제도 관련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만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200석’을 얻을 수 있다는 구상을 연일 내놓고 있다. 민주당 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후퇴를 주장하는 지도부와 이를 막겠다는 의원들 사이의 갈등 상황에서, 송 전 대표의 행보가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송영길 전 대표 연동형 비례대표제 주장
“지역구는 민주당에, 비례는 민주당 친구당에”

송영길 전 대표는 4일 오전 BBS 라디오에 출연해 “지역구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민주당 후보로 힘을 모아 주고, 비례대표 영역에서는 민주당 친구당으로 가칭 ‘윤석열 퇴진당’에 힘을 모아 주면 서로 윈윈”이라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일 대구 수성구 한 호텔에서 연 자신의 북콘서트에서부터 이런 구상을 밝혀 왔다.

송 전 대표는 기본소득당과 사회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 열린민주당이 추진하는 ‘개혁연합신당’과의 위성정당을 고려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은 사회민주당 창준위가 공식적으로 내고 있어 메시지가 겹치고, 용혜인 기본소득당이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송영길, 용혜인 등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민주당 우당 비례대표로 힘을 모아 주고 지역구에서는 연합하면 200석 이상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연합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이 전 대표가 “반윤연대는 안 한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송 전 대표에 빚진 이재명 대표 입장은?

송영길 전 대표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에게는 가볍게 들릴 수 없기 때문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라는 의견이 당내에서 철회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송 전 대표와 이 대표의 관계는 가볍지 않다. 송영길 전 대표는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대표가 대선후보에 뽑히는 데 도움이 되는 룰을 만들었다. 경선 도중 후보를 사퇴한 정세균·김두관 후보의 득표를 관례와 달리 무효 처리한 것이다. 무효 처리하지 않았으면 이 대표 득표율이 50%에 미달해 이낙연 전 총리와 결선투표를 치러야 했다. 이 전 총리측은 이의를 제기했지만 당시 당무위가 받아들이지 않으며 이 대표가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송영길 전 대표는 대선에서 패한 이 대표에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을 물려주기도 했다. 자신은 해당 지역 재보선과 동시에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가 낙선했고, 이 대표는 연고 없는 인천 계양을에서 첫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위성정당 논란은 어쩔 수 없다며 비례연합정당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에 출연해 “당 차원에서 합의된 내용은 아니지만 어떠한 형태든 연합비례정당을 만들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용혜인 의원의 기본소득당은 물론 다른 쪽 분들도 민주당과 연합하자는 제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위성정당이라는 일각의 지적에는 “논란을 피해 가기는 어렵다”며 “우리가 위성정당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반대측 사람들이 위성정당이라고 하면 비판 빌미가 있다”고 말했다.

진보정당 “3지대는 진보진영으로 열어야”

원내 진보정당들은 거대 양당이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들고나온 이상 이를 저지하는데 집중하겠다는 분위기다. 위성정당에 대해서도 명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병립형으로 가면 치명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되는 것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며 “병립형으로 가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서 나온 비례 위성정당론에는 “진보와 개혁세력까지 전선을 넓혀야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생길 것”이라고 했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일각에서 나오는 위성정당 논의로는 새로운 판을 짜기란 어렵다”며 “우선은 정의당과 진보당·녹색당과 노동당 등 진보진영의 판으로 3지대를 열어 낼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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