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연 전국장애영유아학부모회 고문

유아교육과 보육 관리체계를 통합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른바 ‘유보통합’이다. 찬반논란이 있는 가운데 유보통합범국민연대가 유보통합 필요성과 방향을 제시하는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필요한 어린이에게 조기 진단과 개입은 매우 중요하다. 2007년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만 3~17세까지 특수교육 대상자의 의무교육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을 받아줄 유치원이 없어 결국 2011년 동법 11조에 ‘어린이집을 다니는 경우 유치원 의무교육을 받는 것으로 본다’는 의무교육 간주 조항이 만들어졌다. 장애 유아 의무교육이 법제화된 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장애 유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속이라는 이유로 특수 교사를 배치받지 못하고 있다. 교육적 지원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특수교육과 관련된 정보는 교육청 홈페이지에 게시되거나 공문을 통해 교육청과 산하기관에 전달되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다니는 장애 유아의 부모는 특수교육 대상 선정이나 초등학교 입학 준비와 같은 중요한 정보에서 배제된다. 유치원에는 특수교육 지원으로 학급당 교재 교구비가 수백 만원 씩 책정되고, 장애아 보조공학기기 및 학습보조기 지원, 치료지원 바우처, 교통비 등이 지원된다. 그러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내 아이는 발달에 필수적인 이 모든 것을 지원받을 수 없다. 심지어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6세 장애 유아는 지난 9월에도 여전히 ‘초등과정 전환’ 통계에서 누락돼 초등특수학급 배치에서 배제됐다. 장애 유아들은 정확한 통계를 통해 초등과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지원을 받아야만 일반교육에서의 배제와 학교폭력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다. 16년 동안 이원화된 제도로 장애 영·유아의 교육받을 권리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2022년 12월 ‘유엔 장애인인권위원회’는 한국 사회에서 부처 이원화로 장애 유아 의무교육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심각히 우려하며 국가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강력히 권고하고 특수교사를 어린이집에 배치할 것을 주문했다. 교육부는 더 이상 그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립교사들은 장애 유아 부모들에게, “그럼 왜 이 좋은 혜택을 받도록 유치원으로 옮기지 않는가?”라고 묻는다. 이는 장애 유아 부모들이 겪고 있는 막막한 현실에 질끈 눈을 감은 말이다. 수도권의 경우 집 앞에 있는 기관 대부분은 과밀이다. 아이를 보내고 싶어 부모가 아무리 날고뛰어도 보낼 곳이 없어서 다른 구나 시까지 아이를 데리고 다녀야 하는 부모들이 태반이다. 지방 중소도시로 가면 상황은 더욱 열악해져 장애 영유아가 갈 수 있는 유치원은 찾기 힘들고, 읍면 단위에서는 유치원이 아예 없는 곳이 부지기수이다. 그러다 보니 장애 유아들의 교육과 돌봄 공백을 오랜 시간 동안 어린이집이 메울 수밖에 없었다. 허나 교육부 소속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지금까지도 어린이집에 다니는 장애 유아들은 부처 간 칸막이와 무책임한 법 조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차별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려면 교육부로 행정을 일원화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담당 부서가 있어야 법과 통계를 만들고 재정을 확보해 제대로 된 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인 장애 영·유아 부모들은 열심히 일하면서 세금을 내고 내 아이를 기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내 아이는 의무교육 지원도 받지 못하고 차별적인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2021년 214만9천447명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실시한 발달검사에서 8.47%가 발달 지연으로 나타났다. 지금 한 해 출생인구가 25만명인 시대이다. 100만명이 태어나던 시대에 만들어진 불합리한 제도를 25만명 시대에도 여전히 유지하는 건 언어도단이다. 이제 아이들을 구별 짓고 차별을 재생산하는 구시대의 장벽을 허물고, 미래세대인 아이들을 위해 포용적인 영유아 교육체제를 만들어야 할 때다. 국회는 정쟁을 멈추고 정부조직법을 당장 개정해 모든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자라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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