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고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문화진흥회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국무위원들이 두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 요구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노조법과 방송3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 폐기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덕수 “노조법 개정안, 건강한 노사관계 저해”
대통령에 거부권 재의 건의

한덕수 국무총리는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노조법과 방송3법 개정안이 충분한 논의 없이 국회에서 통과한 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개정안이 국회에서 재논의가 필요할지 국무위원들과 함께 심의해, 그 결과를 대통령께 건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덕수 총리는 “이번 노조법 개정안은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둬 건강한 노사관계를 저해하고,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며,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방송 3법에는 “특정 이해관계나 편향적인 단체 중심으로 공영방송 이사회가 구성되고, 견제와 감독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해 공영방송 독립성과 중립성이 침해되고 이사회가 형해화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은 사실상 폐기된다. 지난 4월과 5월 각각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간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개정안과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은 국회로 돌아가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야당 의석만으로는 통과가 불가능하다. 통과하지 못한 법안은 폐기된다.

노동계 반발 …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다”

노동계는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예정됐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부대표자 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이제 겨우 한발 나아갔던 온전한 노동 3권과 노조할 권리 보장은 공염불이 됐다”며 “특히 경제부처보다도 더한 입장을 피력했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누구보다 반성하고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국회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과 방송 3법은 수많은 노동자와 국민이 절실히 요구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법 개정안과 방송법을 공포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윤 대통령은 개정 노조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자신이 재벌 대기업의 이익만을 편협하게 대변함을 폭로했다”며 “지난 20년간 많은 노동자가 죽고 단식농성을 하고 고공에 올라가 농성하고 오체투지를 하면서 진짜 사장과 교섭하겠다는 간절함을 간단히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개정 노조법 거부권 행사는 헌법에 명시된 노동권을 침해했다는 점에서 반헌법적이고, 국제사회 규범이자 법원 판결문에도 적시한 원청 책임 인정과 손배 제한을 거부했다는 점이서 시대착오적”이라며 “민주노총은 노동 개악과 노동권 침해로 노동자 삶을 파괴하는 정부에 온 힘을 다해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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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국민 10명 중 7명이 노동 3권을 보장하라는데 유독 대통령만 이를 부정하고 있다”며 “올해 노동절 양회동 열사의 ‘못된 놈 끌어 내리고 반드시 노동자 주인 되는 세상 만들어 달라’던 유지를 받들어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재영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지난달 9일은 20년간 권리를 뺏기고 살았던 비정규직의 투쟁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한 역사적인 날”이라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 모든 주권은 국민에 있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공포를 촉구했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무려 1천300년 동안 물어낼 돈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고, 하청 사장 찾아가면 힘이 없다 하고, 원청 찾아가면 사장이 아니라 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며 “노조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노동자에게 그저 나가서 죽이라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노동자의 노동권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국회를 통과하는 족족 거부권을 행사하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세웅·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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