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최근 공유주방업체에서 일하던 청년 노동자 수십 명이 사업주로부터 임금을 체불당했다. 해당 사건은 사용자가 수십 명의 노동자에게 1억원이 넘는 임금을 미지급하고도 돈이 없으니 나라에서 대신 주는 대지급금을 받으라며 책임을 미룬 사건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청년 노동자들의 고통이 알려지자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까지 내고 “30건의 해당 기업 임금체불 사건에 대해 접수해 3건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25건은 신고인의 의사에 따라 취하 및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노동부 설명과 달리 수십 명의 피해 노동자들은 담당 근로감독관이 사용자에 대한 처벌불원을 강요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라 정부에서는 임금지급 능력이 없는 사업주를 대신해 고용보험기금에서 피해 노동자에게 체불 임금액의 일부를 지급한다. 1천만원을 한도로 지급하는 ‘대지급금’은 임금체불로 고통받는 노동자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제도다. 이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사업주로부터 임금체불 사실을 인정받고 체불액을 확정받아야 한다.

근로감독관은 노동자의 임금체불 피해 진정을 접수하고 사실관계를 조사해 체불 사실과 체불액이 확인되면 임금체불이 청산될 수 있도록 사업주를 상대로 행정지도 한다. 다만 사업주가 지급능력이 없는 경우 체불 사실을 확인해 체불금품 확인원이라는 서류를 노동자에게 발급해 준다. 피해 노동자는 이를 통해 법원에서 사업주를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정부는 ‘대지급금’으로 피해 노동자를 구제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담당 근로감독관이 피해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사업주 형사처벌 청원 의사를 포기해야 대지급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것처럼 안내한 부분이다.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라 ‘대지급금’을 지급받기 위한 요건이 정해져 있으나, 그 어느 조항에도 사업주의 임금체불에 대한 형사처벌 불원이 그 요건으로 정해진 바 없다.

근로기준법 36조에 따라 사용자는 노동자가 퇴직한 경우 지급 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미지급된 임금, 퇴직금 등을 청산해야 한다. 사용자가 줄 수 있으면 주고, 능력이 안 되면 미뤄도 되는 것이 아니다. 법으로 강제하는 의무 조항이다. 사용자가 이를 위반해 퇴직 14일 이내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임금체불의 경위 등을 참작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노동사건에서 경찰에 해당하는 근로감독관은 사용자의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에 피해 노동자가 진정을 제기하면 2주 안에 신속히 조사해야 한다. 사용자가 피해 노동자에게 퇴직 후 14일 이내에 임금이나 퇴직금을 청산하지 못했을 경우 근로기준법 36조 위반으로 기소의견을 담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피해 노동자가 강력하게 사용자의 법 위반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혔고, 그 피해 노동자 수가 수십 명에 달한다면 사건을 무겁게 인식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담당 지방노동관서는 이를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피해 노동자들의 의사를 수렴해 사건을 처리했어야 하는 데도 대지금급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사용자에 대한 처벌의사를 철회해야 한다는 취지의 허위 정보로 피해 노동자들에게 형사고소를 취하하라고 종용했다는 근로감독관의 행태를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사실 이러한 황당무계한 노동행정은 노동상담 과정에서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근로감독관이 해당 절차를 오인했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직무유기다. 근로감독관은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가 가장 먼저 마주하는 국가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해 절망한 노동자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고 사용자의 법 위반 행위는 엄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법을 잘 모르는 피해 노동자들에게 임금 계산이 잘못됐다 윽박지르고, 사건을 키우지 말고 합의하라 종용하는 일부 근로감독관의 행정편의주의 때문에 노동자들 피눈물을 흘린다. 노동부는 엄정하게 사건을 감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leesey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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