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우리 정부의 재정운용 전략이 재정건전성 같은 작은 정부론에 매몰돼 있다는 진단이다. 국민의 삶 개선을 위한 사회복지 재정 비중은 낮고 경제활동·국방 관련 재중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은 형태로 시대에 뒤처진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29일 정부재정 지출구조와 부문별 지출 비교연구 총서를 발간하고 정부의 재정정책을 전환하고, 시대에 맞는 증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대 정부, 재정에서 항상 ‘작은 정부’ 지향

우리 정부 재정운용 정책은 정권마다 달랐지만, 대체로 낮은 재정수입과 낮은 재정지출을 유지하면서 작은 정부를 지향했다. 우리나라 재정운용 근간인 국가재정법은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 △총액배분 자율편성제도 △재정성과관리제도 △국가채무관리계획 수립 같은 구체적인 재정운용 방안을 제도화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제정했는데, 1961년 제정한 예산회계법과 1991년 제정한 기금관리기본법을 통합한 법률이다.

연구진이 이 법률에 따라 수립한 정부의 집권 2년 차 국가재정운영계획을 살펴본 결과 재정수입보다 지출을 최소화하는 강한 재정건전성 확보를 지향했다. 연구진은 “대체로 각 정부별로 2년 차에 이르러 자신들의 국정방향이 재정운영 계획에 구체적으로 반영되는 경향”이라고 부연했다.

2년 차 계획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는 연평균 재정수입 증가율 7.9%, 재정지출 증가율 6.3%로 수입 증가율이 지출 증가율보다 1.6%포인트 높다. 다른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 1.4%포인트, 박근혜 정부 0.6%포인트, 윤석열 정부 0.1%포인트 등 모두 재정수입 속도가 지출 속도를 앞질렀다. 수입 증가율이 높았다. 문재인 정부는 지출 증가율(7.3%)이 수입 증가율(5.2%)보다 높은 유일한 정부로,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짐작된다.

재정지출 증가율, OECD 평균보다 높지만
비중은 GDP 40% 못 미쳐

우리 정부의 GDP 대비 재정지출은 증가 추세지만 여전히 주요국에 비해 낮다. 2003년 31.1%에서 201년 37.9%로 확대했고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2.5%포인트)보다 높다. 그러나 영국(9.6%포인트), 일본(9.5%포인트), 미국(7.6%포인트) 같은 주요국은 우리나라보다 더 높다. 우리보다 증가율이 낮은 주요국은 프랑스(5.8%포인트)와 호주(5.2%포인트), 독일(2%포인트) 등이지만 이들 국가는 이미 2021년 GDP 대비 재정지출 비중이 40%가 넘는 곳으로 우리와는 조건이 다르다.

이런 정부의 재정지출 감소는 가계소득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불평등을 확대할 우려가 크다. 가계금융복지조사 가운데 소득 원천을 보면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소득 중 가장 크지만, 공적이전소득도 일정부분을 차지한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은 14.3%로 근로소득 전체 증가율 3%, 근로소득 증가율 3.2%보다 높다. 사업소득은 같은 기간 1.7%씩 하락했다.

공적이전소득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저소득 가구로, 1분위 공적이전소득 비중은 2016년 37%에서 2021년 45.4%로 확대했다. 반면 5분위 공적이전소득 비중은 2.2%에서 3.5%로 증가폭이 작다. 저소득층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이 확인된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재정전략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확장재정 흐름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우리는 전통적으로 재정적자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정부재정 적자는 거시경제 측면에서 가계의 흑자 가능성을 유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어 무조건 비판할 이유는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재정적자를 통해 저소득계층에 대한 공적이전소득을 확대하고, 공공서비스 투자를 확대해 가계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