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연 공인노무사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 선임비서관)

바야흐로 K컬처 전성시대이다. 국내·외 다양한 기관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원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저임금과 고용불안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183개 대학 부속 한국어 교육기관에서 일하는 한국어 교원 3천302명 (2021년 10월1일 기준)의 노동실태는 매우 심각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이 교육부를 통해 국·공립대 26곳에 대한 ‘한국어 교원 현황,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 4대 보험 납입 여부’를 묻고 ‘계약서’ 내용을 모두 받아 검토한 결과 한국어 교원의 노동권이 얼마나 밑바닥에 있는지 드러났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부정하며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1주간의 소정노동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계약을 맺고, 3개월 미만 또는 10주 내외의 쪼개기 ‘초단기 계약’이 만연해 있다. 26곳 중 5곳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변했고, 17곳이 근로계약서가 아닌 ‘위탁용역계약서’ ‘위촉계약서’ 등 계약서를 작성했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고 답변했음에도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곳이 5곳이다. 10곳은 산재보험을 포함한 4대 보험 전체에 가입하지 않았고, 17곳은 ‘소정노동시간’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았다. 필수노동 조건 기재 사항을 제대로 작성한 대학은 한 곳도 없다.

노동의 뉴노멀 가짜 3.3, 초단시간, 초단기 계약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 ‘위촉계약’ ‘용역계약’ ‘사업소득자’ 등 ‘가짜 3.3’ 위장을 통해 사용자는 노동관계법상 책임을 면피하려고 한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곳이더라도 ‘초단시간’으로 계약해 4대 보험 일부 가입, 주휴수당과 퇴직금 미지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 갱신기대권 적용 무력화 등 기본적인 노동자 보호 규정을 적용받지 못한다. 각 대학은 ‘강의시간’만을 노동시간으로 간주한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사전에 정한 ‘소정노동시간’은 강의시간만이 아니라 강의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노동시간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지난 2021년 ‘강원대 한국어 교원 부당해고 사건’에서 법원은 “기본 숙제 검사, 쓰기·말하기 시험 및 토론·토의 피드백, 급별회의, 시험회의, 학생상담, 상담일지 및 상담 현황표 작성, 문화수업 인솔, 시험지 채점 및 종강 보고 작성 등 강의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업무처리에 필요한 시간은 소정노동시간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법원 2021두49215 판결 참조). 또한 ‘초단기 계약’으로 계약 기간은 현저히 짧고, 계약서에 ‘계약 만료’라는 문구를 강조한다. 기간제법상 2년을 초과하여 계속 근무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것과 법원의 판례로 형성된 ‘갱신기대권’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 교원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이므로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작성·교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강의 준비 시간을 ‘소정노동시간’으로 인정해 최소 노동시간(주 소정노동시간 15시간 이상)을 보장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세종학당재단은 2016년 ‘국외 한국어 교원 파견 지침’ 개정을 통해 수업 시간(주 15∼20시간) 외 주 20∼25시간의 행정 업무 및 교육 자료 개발 업무를 노동시간으로 인정한다는 조항을 명문화했다. “2016년 개정 당시, 국내 언어교육원 한국어 강사의 평균 수업 시간을 고려하여, 주 20시간 내외인 점을 고려하여 개정하였음”이라는 개정 사유에 주목해야 한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필수노동조건 기재 사항을 정확히 작성한 근로계약서 교부 여부와 4대 보험 가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근로감독을 통해 위법행위를 바로 잡아야 한다. 한국어 교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수천만 원을 들여 ‘한국어 교원 처우 개선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 연구’에 관한 최종보고서를 내놓았지만 후속 사업을 진행했다거나 관련 정책을 마련했다는 소식은 없다. 관계부처와 협력해 컨트롤타워부터 만들어야 한다.

노동권 차별지대 뿌리 뽑아야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추정하고, 근로계약 체결의 형식적 당사자가 아니라 노동조건에 실질적·지배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포함해야 한다. 사용자가 노동자 아님을 주장한다면 사용자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면 된다. ‘초단시간‘ 개념 자체를 없애고, ‘갱신기대권’ 법제화도 시급하다. 노동부는 지난 2016년 ‘기간제 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노동계약 기간은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불합리한 단기계약 설정에 따른 근로계약 해지와 체결의 반복을 금지하고 있지만 권고사항에 불과해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기간제 노동자의 근로계약 갱신 청구권을 명시하고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이 아니면 사용자가 근로계약 갱신 청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안정에 이바지하는 입법안 마련이 필요하다. 정책적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가 부족할 뿐이다. 강원대 한국어 교원들이 노동권 보장을 위한 단체교섭 파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어 교원 모두를 위한 투쟁이다. 꼭 승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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