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청구는 연차유급휴가권을 취득한 날부터 1년이 지나 ‘휴가를 쓰지 못할 것이 확정된 다음 날’부터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당 청구 시점을 근로계약 종료에 따른 마지막 근무일 다음 날로 판단한 원심을 뒤집었다. 기산점에 따라 소멸시효(3년)가 달라지므로 법률 규정의 문언적 해석에 따라 노동자의 청구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포괄임금 약정’으로 수당 미지급돼 소송전

2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서울교육재단 교수 A씨가 재단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심 중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청구권 소멸시효에 대해 원고 패소로 판결한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08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서울직업전문학교 전임교수로 근무했다. 2015년부터는 1년 단위로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포괄임금 약정이라 연장근로수당과 연차휴가수당이 미지급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A씨는 재단을 상대로 2019년 3월 소송을 내며 2014년 7월21일~2017년 7월20일 기간에 대한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268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미사용 연차휴가가 2014~2015년, 2015~2016년 각 8일, 2016~2017년 9일 발생했다. 또 30분 먼저 출근했다고 주장하며 2016년 3월~2018년 2월 연장근로수당 470만원을 청구했다.

이에 맞서 재단측은 A씨에게 1천여만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재단측은 “근로계약상 1주 수업시간이 24시간을 미달하는 경우 시간당 급여기준의 70%를 공제해야 하는데 착오로 전부를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는 포괄임금 약정이 있어 원고의 연장근로수당 등 청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을 초과한 이상 포괄임금 약정을 체결했더라도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단측의 반소에 관해서는 착오로 초과임금을 지급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그러자 재단측은 항소하며 새롭게 ‘소멸시효 항변’을 주장했다. 근로기준법(49조)에 따르면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소멸한다. 재단측은 또한 연차휴가수당 청구권 발생일이 계약종료에 따른 ‘마지막 근무일 다음날’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A씨가 2014년 7월21일~2015년 7월20일까지 일해 생긴 연차휴가 중 미사용 연차수당은 받지 못한다. 2015년 7월21일에 수당 청구권이 생기는데, 2018년 7월20일이 지나면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바람에 2019년 3월 제기한 소송은 효력을 잃기 때문이다. 

대법원 “휴가 소멸된 다음 청구”

2심 재판부는 재단측 주장을 받아들여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연봉계약서에 연차휴가수당이 포함되지 않아 연차휴가수당 지급 의무는 있다고 보면서도 연차휴가수당 청구권 발생일을 ‘마지막 근무일 다음 날’로 해석했다. 예컨대 A씨가 2014년 7월21일부터 2015년 7월20일까지 근무했을 때 청구권은 2015년 7월21일 생긴다는 것이다.

결국 사건은 대법원으로 향했다. 쟁점은 ‘연차휴가수당 청구권 발생일’을 언제로 볼 것인지였다. A씨측은 연차휴가권 취득일에서 1년이 경과해 휴가 불실시가 확정된 다음 날에 청구권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60조7항)은 연차휴가는 1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청구 시점은 마지막 근무일 다음날이 아니라 휴가권을 취득한 후 1년이 지나 ‘휴가가 소멸한 다음 날’이라고 정리했다. 이에 따르면 2014년 7월21일~2015년 7월20일 근무에 대한 A씨의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청구권은 2015년 7월21일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 2016년 7월21일이 된다. 2019년 7월20일에 시효가 소멸하기 때문에 2019년 3월에 제기한 소송은 효력을 갖게 된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60조에 정한 연차유급휴가권을 취득한 근로자가 휴가권이 발생한 때부터 1년 이내에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연차휴가 미사용수당도 그 성질이 임금”이라며 “같은 법 49조 규정에 따라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청구권에는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그 기산점은 연차유급휴가권을 취득한 날부터 1년의 경과로 그 휴가의 불실시가 확정된 다음 날이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