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변호사(김태형 법률사무소)

대법원은 지난 2020년 단체협약의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의 효력에 대해 판단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6다248998 전원합의체). 공개변론까지 열었다. 다수의견은 위 조항이 유효하다고 보고, 무효라고 본 하급심 판결을 파기했다. 그러나 2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남겼다.

일반적으로 대법원의 반대의견은 본질적·상대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 존중은 물론 경청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의견의 다양성과 이에 대한 존중은 적어도 인간의 삶과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선에서만 인정돼야 한다. 위 전원합의체의 반대의견은 ‘혐오’를 정당화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공동체로서의 연대의 정신에 반한다. 따라서 이 전원합의체의 ‘반대의견’을 반대한다.

반대의견은 ‘특채조항’이 “부모의 일자리에 따라 자녀의 일자리가 결정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줘 취업을 바라는 청년들에게 공정한 채용 기회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좌절시키게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미성년의 자녀를 둔 부모가 산재로 사망하면 조력이 절실한데도, 이미 스스로 수입 활동을 하게 됐을 때부터 정년까지의 생활 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특채조항’의 “실제 목적은 유족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것이라고 봄이 합리적이다”고 했다.

이런 의견은 유족들에 대한 ‘혐오’ 그 자체이거나 혹은 이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극히 부당하다. 혐오는 소수자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나 속성을 이유로 편견 또는 차별을 확산시키거나 조장하고, 그들을 멸시·모욕·위협하거나 그들에 대한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것이다. 이 혐오의 대상인 소수자에는 특정 사고의 피해자, 유가족 및 그 집단도 포함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광화문에서 천막 농성 중이던 사고 유가족들 앞에서 차마 옮길 수 없는 ‘혐오 표현’들과 인면수심의 ‘퍼포먼스’를 한 자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유족들에게 ‘관(棺)장사 하지 말라’고 비난하는 것이었다.

산재사망은 그 유가족의 입장에서는 비견한 예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비극적인 사건이다. 전쟁터도 아닌 일상의 일터에서 가족의 일원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된 것, 일상을 함께할 수 없고 말을 나눌 수 없으며 함께 희노애락을 겪을 수 없게 된 유가족들의 심정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그 누구도 유가족이 되고 싶은 자는 없다. ‘유가족’이 ‘유가족’이 된 것은 완전히 ‘비자발적’이다. 이처럼 어쩔 수 없이 유가족이 돼 버린 경우, 생계를 유지하는 것마저 문제 될 소지가 크기에, 죽음이라는 특별한 희생에 대한 보상으로 가족 중 1명을 채용하도록 하는 것이 ‘특채조항’의 취지이고 내용이다. 이러한 점에서 장기근속자나 정년퇴직자의 자녀를 우대하는 내용의 다른 특별채용과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대법원의 ‘반대의견’은 심히 부당하다. 그 법리적·논리적 당부는 차치하고서도, 비자발적이고 비극적인 죽음과 상실에 대해, 공동체로서의 연대의 정신에 기초해 보상의 방법을 정하고 있는 ‘특채조항’의 목적이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것’에 있다는 의견에서는 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존중 의지를 찾을 수 없다.

반대의견은 적나라한 혐오 표현과는 달리, 판결의 문구로서 일정한 외양은 갖추고 있을지 모른다. 분명 경청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유가족들의 면전에서 ‘관장사’를 외치며 바다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미발견 피해자들을 조롱하며 ‘어묵’을 먹어치우던, 유가족에 대한 보상 대책이 ‘공정’을 해치는 ‘특혜’라고 소리치던, ‘놀러 가다 죽은 것을 왜 보상을 해 주냐’고 조롱하던 적나라한 혐오 표현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유가족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없음에도, “특별채용 조항의 실제 목적은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것이라고 봄이 합리적이다”고 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한 사람의 죽음이 다른 사람에게 가지는 의미와 무게는, 적어도 ‘일자리 대물림’이라고 조롱받을 만큼 무의미하지 않다. 어쭙잖은 ‘공정’을 이유로 폄훼될 만큼 가볍지도 않다.

그래서 이 ‘반대의견’을 반대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