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지난 17일 먹통이었던 행정전산망이 56시간 만에 겨우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22일 다시 문제를 일으켰다. 정부는 아직 원인도 파악하지 못했다.

행정망 먹통 직후 20일 아침 신문은 일제히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흘간 행정망 먹통 디지털 재난 정부’란 제목으로, 경향신문도 같은 날 ‘예산도 늘렸는데 … 속 빈 디지털 정부’란 제목으로 각각 1면 머리기사를 썼다.

더 혹독한 비판에는 조선일보가 나섰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1면 머리에 ‘디지털 정부 해외 홍보 중 디지털 재난 터졌다’며 정부를 비꼬았다. 동아일보도 ‘먹통 원인은 모른 채 56시간 만에 정상화’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뭐든 칭찬하던 신문치고는 제법 거칠게 비판했다. 하지만 매일경제는 재벌 비호세력이라도 된 듯, 같은 날 1면에 ‘올해만 세 번째 국가 전산망 먹통, 대기업 배제·쪼개기 발주가 화근’이라며 원인을 ‘대기업 배제’에서 찾았다. 조선일보도 이날 4면 해설기사에서 매경처럼 ‘공공SW(소프트웨어) 사업, 대기업 차단하고 가격 후려쳐’라고 달았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보호한답시고 기술력이 낮은 중소기업만 공공전산망 사업에 참여하도록 강제해 대기업이 역차별당해 먹통이 일어났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21일 매경과 조선일보 주장을 받아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첫 번째 문제가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 제한 (때문)”이라고 호응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보호하려고 2013년부터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은 국가기관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한겨레는 매경과 조선일보가 발제하고 여당이 호응한 ‘대기업 제한 탓’이라는 원인 분석을 팩트체크했다. 22일 3면에 ‘대기업 참여 제한 탓? 희생양 찾기 바쁜 여당’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런 주장에 과기정통부는 황당해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심지어 한겨레는 “대기업들도 생뚱맞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4대 그룹 계열 시스템통합 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에 “행안부와 여당이 얘기하는 대기업 참여 제한 문제는 근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고, 국가 정보화 정책 방향이 실종된 채 기존 시스템 유지보수도 지자체별로 제각각 하는 등 배를 이끌 선장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경과 조선일보는 이참에 대기업 참여를 끌어내 재벌에게 이쁨받고 싶겠지만, 정작 재벌그룹 전문가조차 ‘그건 잘못된 진단’이라고 일갈했다. 이 와중에 주무부처 수장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수행한다며 또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보수언론의 윤 정부 비판 수위가 점차 올라가고 있다. 최근 임기가 끝나 감사원을 떠난 유희상 전 감사위원은 ‘감사원 정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 정부 감사에 매진하는 감사원에 쓴소리를 했다. 유 전 감사위원은 15일 이임식에서 “공포감을 조성하는 감사 방식은 합법을 빙자한 폭력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유 전 감사위원 발언을 뒤늦게 21일 8면에 “‘공포감 조성하는 감사는 폭력’ 쓴소리 하고 떠난 감사위원”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윤 정부에 검찰 출신이 많다는 지적에 발끈하는 대통령실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8일 “‘검찰 출신 1%도 안 된다’는 비서실장 … 여(당)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대답’”이란 기사를 6면에 실었다. 조선일보는 김대기 비서실장이 국감에서 “검찰 출신이 1%도 안 된다”고 항변하자, 윤 정부 들어 검사 출신 공직자 십여 명을 일일이 거론하며 “지난 3월 기준 정부 주요 직위에 임명된 검찰 출신은 136명”이라고 일갈했다.

보수언론의 윤 정부 비판은 아직은 작은 기사에 불과하지만 점차 강도가 높아진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