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청사 전경. <자료사진 홍준표 기자>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갱신 과정에서 비영리재단 이사장이 개입한 것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로서 무효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종결정권자에서 독립된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직원 인사에 관한 사항을 판단하게끔 마련된 인사규정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노조위원장’ 기간제 두 차례 징계 후 계약 거절

2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한국소년보호협회 기간제 노동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중노위 판정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중노위는 지난 15일 1심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A씨는 2020년 3월 1년간 화성청소년 창업비전센터에서 6급 입주생 지도교사로 근무했다. 이와 동시에 공공운수노조 한국소년보호협회지회장도 맡았다. 그런데 계약만료 한 달을 앞둔 2021년 2월 협회는 △센터장 정당한 지시 불이행 △직원에 대한 협박 및 위화감 조성 △입교생에 대한 거친 언행을 이유로 A씨를 ‘견책’ 징계했다.

징계는 이어졌다. 일주일 만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징계사유가 추가돼 ‘정직’ 징계를 받았다. 그러고는 그해 2월26일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인사위원회에서 계약기간 만료를 통보받았다. A씨는 노동위원회로 향했지만,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갱신기대권은 인정되지만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1년 12월 소송을 제기하며 인사위원회 구성에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 인사규정은 인사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3명 또는 5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원장은 사무총장이 맡고, 위원은 협회 직원 중 위원장이 임명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A씨측은 “위원을 위원장이 임명했다고 볼 자료가 없고, 위원으로 참여한 사람은 협회 직원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또 인사규정상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사무총장이 맡아야 하나, 사무총장 지명 권한이 있는 이사장이 2020년 4월 취임한 이후 공석에 있는 사무총장을 지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독립된 인사위원회 구성 취지 정면으로 반해”

법원은 중노위 판정을 뒤집고 A씨 손을 들어줬다. 중노위는 실체적 하자에 관해서만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사위원회는 인사규정에 반해 이사장이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들을 직접 지명했다”며 “이는 최종결정권자와 독립된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직원 인사에 관한 사항을 판단하도록 하려는 규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위원장이 위원을 임명할 때 직원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배분해야 한다는 인사규정도 협회가 어겼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인사위원회는 인사규정을 위반해 구성된 것으로 그 구성에 중대한 잘못이 있다”며 “계약연장 거절은 구성에 중대한 잘못이 있는 인사위원회에서 원고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는 의결을 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므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가 절차상 하자를 인정함에 따라 실체적 하자와 관련한 판단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A씨를 대리한 김덕현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법원은 인사위원회 제도가 최종결정권자로부터 독립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점을 지적했다”며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갱신에 있어 사내 규정과 달리 최종결정권자인 이사장이 인사위원회 위원을 직접 지명하는 경우 등에는 그 자체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