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연 택배노동자대회에서 노조법 개정안의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점쳐지자 택배노동자들이 하루 파업을 하는 등 노동·사회단체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계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시 내년 총선 심판과 정권퇴진 운동을 경고하고 있다.

민주노총 총력투쟁대회
“배달호·김주익, 노조법 위해 죽어간 이들”

택배노조(위원장 진경호)는 20일 노조법 2·3조 개정안 공포를 요구하면서 하루 파업했다. 우체국 위탁택배원과 로젠, 한진, CJ대한통운, 롯데택배 등 1천500명의 택배노동자가 배송을 멈추고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이날 오후 열린 택배노동자대회에 참가했다.

택배노동자들은 택배업체와 위탁계약을 맺은 운송업체와 다시 위탁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일한다. 특수고용 노동자이자 간접고용 노동자인 셈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지만 노사교섭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개정 노조법이 시행된다면 원청과 교섭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진경호 위원장은 “대리점 소장, 사내하청 사장 등 가짜사장 말고 진짜사장과 실질적 교섭을 하는 것이 800만명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소박하지만 절박한 염원”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심판하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같은날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에서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열고 “대통령의 거부권을 거부한다”며 “노조법과 방송 3법을 즉각 공포하라”고 밝혔다. 주최측 추산 4천여명이 모였다.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법 즉각 공포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이를 거부한다면 민주노총은 곧바로 총파업 투쟁과 윤석열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지긋지긋한 손배·가압류 때문에 수없이 아까운 동지들을 장례로 보냈다”고 호소했다. 홍 부위원장은 “배달호·김주익 등 수많은 노동자들이 단결권과 파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싸우고 죽었다”며 “대통령이 28일 거부권 행사할 것이 예상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로 20일째 단식 중인 이은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도 힘겹게 말을 이어 갔다. 이 지부장은 “진짜 사용자인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다”며 “정 이사장이 나서서 소속기관 전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참가자들은 투쟁대회가 끝나고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했다.

▲ 사진 정기훈 기자
▲ 사진 정기훈 기자

전문가 1천명 “개정 노조법 공포하라”

이날 오전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교수·연구자·변호사·노무사 1천67명의 서명이 담긴 선언을 발표하며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법 2·3조를 즉각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아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를 사용자로 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청·특수고용 노동자 등 간접고용 위치에 놓인 노동자들은 그동안 실질적 교섭력을 갖추지 못한 하청업체나 위탁업체와 단체교섭을 해야 했다. 법이 시행되면 이들도 실질적 권한을 가진 원청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맺을 수 있게 된다. 또한 근로조건과 연관된 파업만 할 수 있었던 현행법과 달리 권리분쟁이 쟁의행위 범위에 포함되면서 정리해고 반대, 민영화 철회, 부당노동행위 구제,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파업이 합법적으로 가능해진다.

쟁의행위로 인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시 개별 조합원에 대한 손배액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

방송 3법은 KBS와 EBS 같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영방송 이사를 대통령이나 여·야당 등 정치권에서 추천하던 것에서 시청자위원회와 언론단체 등이 추천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로 넘어가면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이를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법안은 17일 정부로 이송됐다.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열리는 28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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