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전체 일자리의 12%를 대체할 수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특히 고학력·고소득 일자리가 대체될 가능성이 높았다.

한국은행은 16일 조사국 고용분석팀(한지우 조사역·오삼일 팀장)이 작성한 BOK 이슈노트 ‘AI와 노동시장 변화’에 따르면 국내 일자리 중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큰 일자리는 약 341만개(전체 일자리 12%)로 추정된다. 이는 AI 특허 정보를 활용해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한 결과다. 직업별 AI 노출 지수는 현재 AI 기술로 수행 가능한 업무가 해당 직업의 업무에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를 나타낸다.

AI 노출 지수가 가장 높은 일자리는 화학공학 기술자, 발전장치 조작원, 철도·전동차 기관사, 상하수도 및 재활용 처리 조작원, 금속재료 공학 기술자 등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화하기에 적합한 일자리다. 반면 AI 노출 지수가 가장 낮은 일자리는 단순 서비스 종사자, 종교 관련 종사자, 운송 서비스 종사자, 대학교수 및 강사 등 대면 접촉 및 관계 형성이 필수적인 일자리였다.

조사팀은 AI가 도입되면서 소프트 스킬에 대한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회적 기술, 팀워크 능력, 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소프트 스킬이 앞으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학력·고소득 일자리일수록 AI 대체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AI가 비반복적·인지적(분석) 업무를 대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 등 여타 기술이 저학력 및 중간소득 노동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것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AI 노출 지수가 높은 일자리일수록 고용 비중이 줄어들고 임금상승률은 낮아진다. 구체적으로 AI 노출 지수가 10퍼센타일(백분위점수) 높을 경우, 해당 일자리 고용 비중은 7%포인트 줄고, 임금상승률은 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조사팀은 예상했다. AI로 인한 생산성 증가는 전반적인 노동수요 증가와 임금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생산성 효과는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대체효과는 특정 그룹에 집중된다는 문제가 있다.

조사팀은 AI가 임금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와 AI로 인해 임금 불평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앞선 연구 결과들을 동시에 제시하면서 “AI를 활용한 자동화는 기업의 이윤은 높이지만 임금노동자의 소득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없는 AI가 아웃소싱 전략을 심화할 수 있다고도 짚었다. AI가 적절한 규제 속에서 발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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