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재영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대전 빈들공동체 목사, 왼쪽)가 14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통령이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조속히 공포할 것을 촉구하며 단식농성(금식기도)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 곡기를 끊은 남재영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가 풍찬노숙하고 있다. 단식 중이니 ‘풍노숙’인 셈이다. 박경양 평화의교회 목사도 동조단식 중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목사인 남 공동대표는 13일 오후부터 단식을 시작하고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당초 천막을 설치하려 했으나 경찰의 거센 저지로 무산돼 침낭과 보온재만 걸친 채 영하의 날씨에도 노숙했다. 운동본부는 천막 설치를 가로막는 경찰과 실랑이 끝에 14일 오후에야 캠핑요 텐트를 설치할 수 있었다. 남 공동대표는 “천막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천막이 없다고 노조법 개정을 위한 기도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남 공동대표의 노조법 관련 단식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정부·경제단체·여당 거부권 한목소리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정부로 이송, 공포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경제 6단체는 물론 국민의힘과 고용노동부가 나서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를 시사해 실제 공포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남 공동대표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종교계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단식농성은 이런 요구의 일환이다.

남 공동대표는 절박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동체 가장 열악한 위치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지위를 개선하고 교섭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막대한 손해배상 위협으로부터 목숨을 지키자는 절박한 요구”라고 밝혔다.

감리교도 동화면세점도 천막 설치 수용, 경찰만 모르쇠

그러나 경찰은 뚜렷한 명분 없이 천막 설치를 방해하고 지금까지 저지하고 있다. 농성장을 지키던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페연대 상임활동가는 “감리교 목사인 남 공동대표가 감리교 사유지인 동화면세점 앞에 천막을 치고 기도를 하겠다는데 경찰이 나서서 가로막고 있다”며 “심지어 감리교본부가 천막 설치를 원하는데 경찰이 방해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경찰은 전날 동화면세점의 시설보호요청에 따랐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집회가 예상되니 시설보호요청을 하라는 경찰쪽 권고에 따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상임활동가는 “현재는 동화면세점도 천막 설치를 받아들였는데 경찰만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농성장을 지키는 관계자들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떠올렸다. 남 공동대표는 “국회가 절차를 지켜 제·개정한 법률에 대해 정부가 뚜렷하고 엄격한 기준 없이 거부권을 남발하는 행위는 명백한 삼권분립의 훼손이자 입법권 침해”라며 “입법권을 훼손당한 국회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질타했다.

한편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는 이달 말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이달 중순 내 해외순방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 국내에서 국무회의를 열려면 물리적으로 28일이 유력하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넓히는 한편 손해배상 청구를 엄격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 공동대표는 “충분하진 않지만 20년간 강고했던 벽을 문으로 만들어 비정규직 처우개선의 첫걸음을 뗀 것”이라며 “이 기회를 눈감고 보낼 수 없다. 절박한 마음으로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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