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노총과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조속한 공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두고 노동계와 정부·재계가 충돌하고 있다. 노동계는 ‘개정안 즉각 공포’를, 재계는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정부는 재계 쪽으로 기울었다. 민주노총이 임원선거 중인 데다가 한국노총이 13일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선언하면서 노동계 동력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유엔도 노조법 개정 권고”

양대 노총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개정 노조법을 빠르게 공포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하청노동자가 파업하면 수백억 원 손배소를 당하는 현실은 20년째 그대로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은 진짜 사장을 만나지도 못하고 470억원 손배 폭탄을 맞았다”며 “20년 전 배달호·김주익 열사가 손배 폭탄에 맞서 항거했지만 숨막히는 현실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법 개정안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다고 강조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지난 3일 한국 정부에 모든 노동자의 노동 3권을 온전히 보장하려면 현행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윤 대통령이 설마 유엔마저 탈퇴하려는 게 아니라면 더 이상 거부권은 언급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재계로 기운 정부
거부권 행사시 한국노총 입장은?

대통령실은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개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기본 원칙도 있고 특수성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주체 의견이나 관련 단체 의견을 잘 수렴해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달 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당의 강력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윤 대통령께 노란봉투법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거대 귀족노조에게 불법파업 프리패스를 가져다 바친 것”j이라며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충성심과 결집력이 높은 집단의 표를 소구하기 위해 거대 귀족노조에게 머리를 조아렸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도 거부권 행사 건의를 시사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전 언론사 정책간담회에서 “주무부처로서 이 법은 이대로 진행할 수 없다”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과거 정부에서도 못 했다”고 말했다.

한국경총과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은)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확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한국노총이 이날 사회적 대화 복귀를 알려 노동계 내부에선 정부를 압박할 힘이 떨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노조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주체가 아닌 만큼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이유로 한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불참 선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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