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호운(한국비정규노동센터)

우리 사회가 빠르게 분열되고 있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집단이나 단체, 사상 따위가 갈라져 나뉘고 있다. 스스로 분열하기도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분열은 외부의 충격과 영향을 받아 분열되는 상황이다. 정치·세대·젠더·지역·공동체·노동 등 분열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치 분열은 정치적 사상과 환경 등에 따라 이미 오래전부터 나타났고, 세대와 젠더는 지난 대선 이후 더 빠르게 분열될 것으로 이미 예견된 바 있다. 노동은 노동조합이 그나마 지키고 있지만, 최근에는 노동조합마저 분열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분열이 잘못된 가치라고 하기도 어렵고,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분열은 심각하다. 지금의 분열은 갈등을 일으키고 개개인마저 쪼개어 고립시키고 있다. 특히 개인을 의존적 존재로, 시혜의 대상으로 대상화하고 있으며, 결국에는 연결고리와 연대 가능성마저 끊어지고 있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나 사회적 약자를 보는 기본 시각은 ‘지원 대상’이라는 점에서 같다. 물론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목적과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의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방식과 지원하는 방식은 지원에 의존하게끔 만들고 시혜의 대상으로 고정시킨다. 사회적 약자가 자립하고 권리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방향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즉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방향에는 이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유롭고 균등하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고, 미래를 스스로 결정해 살아갈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분열시키고 고립시키지 않고 공동체 구성원이 서로 연결하고 연대하는 것으로 사회를 살아갈 수 있도록 그 기반과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는 노동조건도, 지역도, 노동과정도, 노동환경도 다른 노동조합을 초대해 참여하는 교육을 함께 진행한 적이 있다. 행사 제목이 ‘핫한 연결 쿨한 연대’였고,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 자기 이야기를 하고 들었다. 그 공간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미래를 보여줬고, 이러한 연대의 공간이 마련된다면 다시금 희망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느꼈다.

결국 우리 사회의 약자라 불리는 비정규직도 연결과 연대가 필요하다. 물가는 오르고 노동정책은 축소되고, 장시간 노동 속 건강은 위협받고, 노동자는 분열되고 고립되고 있다. 연결과 연대의 시도가 없는 건 아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체감하기에는 장애물이 많은 듯하다. 그 결과가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직률이 여전히 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비정규직을 위해 지자체에서 세운 노동센터들이 지역 사회 수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지원하고 이해대변하는 활동을 해 왔다. 지역센터의 활동은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으로 드러내고 노동자가 연결되고 연대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최근 곳곳의 지역센터들이 문을 닫거나 사업이 축소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지원센터는 단순히 지원받을 수 있는 공간을 넘어서 지역과 연결되고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이자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여러 지역에서 노동센터를 축소하는 모습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상화하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사회적 약자는 시혜 대상이자 의존적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개개인에게 지원하는 것으로 공동체의 연결을 끊고 다시 분열시키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연결과 연대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사회적 약자는 의존적 존재도, 시혜 대상이라는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인정받고 동등한 존재로 연결되고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kihghd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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