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이재 기자

2년 전 코로나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세종호텔이 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결해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2020년 초반에는 코로나 발생이 극심하지도 않았는데도 관광객 급감을 이유로 섣불리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노조 조합원만 해고, 중노위 기각에 소송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지난 3일 세종호텔 직원 11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노동자들이 지난해 8월 소송을 제기한 지 1년3개월여 만의 1심 결론이다.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2021년 12월 정리해고로 일자리를 잃었다. 사측이 경영위기를 극복한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그해 8월 근로자대표 3명이 참여하는 구조조정 협의체가 꾸려졌지만,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지부장 고진수)는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참여를 거부했고, 이후 희망퇴직으로 29명이 퇴사했다.

그해 10월에는 식음사업부문이 폐지됐고, 보조 업무로 전환되지 못한 직원 7명은 휴업명령을 통보받았다. 결국 호텔은 12월10일 지부 조합원인 직원 15명을 정리해고했다. 노동위원회가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해 노동자들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자 이들은 지난해 8월 소송을 냈다.

쟁점은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의 인정 여부였다. 해고자들은 △2020년 경영악화는 코로나의 특수한 상황에서 기인한 점 △호텔의 최근 5년간 경영상 지표는 양호한 점 △정리해고 직전까지 매출액 증가를 통해 순이익을 얻고 있었고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우수한 편이었다며 정리해고의 긴급한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지부 조합원들만 해고돼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는 주장도 펼쳤다.

‘경영상 필요성’ 인정 “코로나 초기 납득 안 돼”

그러나 법원은 호텔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코로나로 인해 2020년 2월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 매출액이 급감했다고 판단했다. 2018~2019년 253억~251억원에서 2020~2021년 40억~60억원으로 매출이 줄어든 손익계산서를 근거로 들었다. 당기순이익(손실)도 2018년 13억원에서 2021년 78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영상 위기는 코로나에 기인한 것인데, 코로나 관련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경영상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호텔이 정리해고 무렵 코로나 관련 문제가 가까운 시일 내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판시했다. 유휴인력 발생과 인건비 비중 증가로 인원 감축을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호텔이 해고 회피를 위한 가능한 조치를 모두 취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근로자대표인 구조조정 협의체와 성실히 협의했고, 이에 해고대상자 선정에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또 부당노동행위 의사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지부가 합리적 이유 없이 협의체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협의를 전면적으로 거부했다”며 “지부 대표자가 협의체에 참석하지 않게 된 것에 대해 호텔에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노동자들은 법원이 중노위 판단을 그대로 따랐다고 규탄했다. 선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은 “해고 전 세종호텔과의 교섭 과정에서 사측은 지부가 제안한 임금자구안을 받지도 않았고 추가로 신청할 수 있었던 고용유지지원금도 외면했는데도 정리해고를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해고노동자들을 대리한 조혜진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는 “코로나가 2020년 2월 이후 본격화됐는데도 관광객이 급감한 것을 이유로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한 부분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은 2021년 가을 이후 시행한 조치를 보고 판단해야 타당한데 재판부는 2020년부터 이뤄진 모든 조치를 해고회피 노력으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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