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욱 변호사 (법무법인 송경)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은 2023년 2월21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0일 이상 계류됐다. 5월24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환경노동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6일 국민의힘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환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노란봉투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에 대해 가결을 선포한 행위와 국회의장을 상대로 국회의장이 6월30일 노란봉투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의 건에 대해 가결을 선포한 행위가 국민희힘 소속 위원들의 권한을 침해하여 무효임의 확인을 구하는 권한쟁의 심판을 이유가 없다고 기각(2023헌라3 결)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어려운 절차를 반복하면서 체계·자구 심사절차를 지연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달리 국회 사정에 비춰 법사위가 심사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거나 심사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만한 사정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노란봉투법을 별다른 이유없이 지연시키고 있었다는 말이다.

민주당은 이달 9일 노란봉투법을 상정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은 1)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이나 수행업무에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로 확대하고 2) 노동쟁의를 근로조건 및 당사자 사이의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로 규정해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는 행위의 범위를 확대하며, 3)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라도 감면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런 내용들은 모두 대법원 판례에서 이미 확인된 것들이다. 대법원은 1)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춰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한다(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17다14581, 14598, 14604, 14611, 14628, 14635, 14642, 14659 판결,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판결 등). 2)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이 있으므로, 이러한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등 사정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 비로소 그러한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도 위력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이 경우에만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을 축소했다(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1도468 판결). 3) 최근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 등은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주도한 주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개별 조합원에 책임제한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현실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 청구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면서 조합원들별로 책임을 따져야 하고 감액이 가능하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7다46274 판결).

결국 노란봉투법은 정치적 쟁점이 아니라, 이미 대법원이 판시한 내용을 법으로 확인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의결은 물론 대통령의 공포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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