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올림

산재 국가책임제 실현에 앞장섰던 최진경 전 삼성디스플레이 기흥연구소 연구원이 산재 보장을 받지 못하고 끝내 사망했다.

5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최진경씨는 지난 4일 향년 48세 나이로 말기 암 투병 중 별세했다.

고인은 2000년 1월 삼성디스플레이(구 삼성전자) 기흥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16년 8개월 일했다. 이중 6년간 LCD용 핵심소재인 감광제 개발업무를 하며 각종 화학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그는 퇴사 후 1년 뒤인 2018년 8월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2019년 3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으나 역학조사가 지연되면서 올해 1월까지 대기해야 했다. 4년을 기다렸으나 공단은 지난 7월 업무 관련성이 낮다며 불승인했다. 고인은 불승인에 대한 불복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

고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산재보험 선보장법 개정를 위해 힘썼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은 재해조사 기간을 규정하고 이를 도과하면 국가 책임 아래 재정으로 산재보험을 우선 적용하는 내용이다. 하염없이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다 노동자가 숨지는 일을 막기 위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발의했다.

고인은 지난달 4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산재보험 선보장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할 예정이었지만 증상이 악화해 병원에 이송됐다. 이날 고인은 대신 국회에 편지를 보내 “역학조사를 기다리다 암은 온몸에 퍼져 말기가 됐다. 무엇을 조사하느라 4년이 필요한 것인가”라며 “더는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빈소는 경희대학교의료원 장례식장이며 오는 6일 오전 발인한다. 장지는 성남시 양주천주교청량리성당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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