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사내하청업체 정규직입니다. 대기업이 주야간을 주간으로 합치게 됐다는 이유로 해고를 지시했고, 하청업체 인사 담당자는 어떤 노력도 없이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도, 기한을 가지고 방편을 상의하지도 않았습니다.”(2023년 4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를 상대로 폐업이나 해고, 임금삭감, 지휘명령 등 ‘실질적인 지배’를 하면서 하청노동자가 원청으로부터 갑질을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5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신원이 확인된 메일 총 1천507건 중 ‘원청 갑질’ 관련 문의는 52건(3.5%)이었다. 원청 사업주가 간접고용된 하청노동자들의 징계·해고, 임금, 휴가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통제하고 있다는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반 동안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신원이 확인된 메일 제보 2천854건을 전수조사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유형이 확인된다. 가장 많았던 상담 유형은 원청의 하청노동자에 대한 괴롭힘(55.6%)으로, 원청의 인사 개입(23.5%), 하청업체 변경 문제(13.1%)가 뒤를 이었다.<표 참조>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면, 사용사업주(원청)가 새 비서를 원한다며 파견업체에 전화해 파견직 비서로 일하는 A씨의 부서이동을 요청했고, 파견업체는 A씨에게 퇴사를 권유했다. 대학병원 IT부서에서 전산유지·보수 용역업체 상주인력으로 근무하는 B씨는 원청인 대학병원이 1주일에 3명 이상 휴가를 연달아 붙여가지 못하게 하고, 1년에 13일 이외 휴가는 대체인력을 투입하도록 요구해 법정휴가일인 15일을 다 채우지 못한다고 상담했다. 원청의 상시·필수업무를 간접고용 노동자가 담당하는 데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며 원청 직원이 직접 지시하는 사례도 포함됐다.

직장갑질119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헌법에 명시된 노동 3권을 간접고용 노동자에게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노동약자에 대한 심각한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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