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 조치를 소홀히 해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양경찰 지휘부에 무죄가 확정됐다. 참사 9년 만이다. 세월호 유족들은 “대법원 판결로 또다시 피눈물이 난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재두 전 3009함 함장은 원심과 같이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해경 지휘부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과정에서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303명을 사망케 하고 14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2020년 2월 기소됐다.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김 전 청장 등이 세월호의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지휘·통제해 즉각적인 퇴선 유도 및 선체 진입 지휘를 해야 하는데도 구조를 소홀히 해 인명 피해가 커졌다고 판단했다.

1·2심은 해경 지휘부의 업무상 과실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 등이 사고 상황을 예상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즉시 퇴선 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침몰이 임박했다거나 선장을 대신해 퇴선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결정하기는 어려웠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지휘부가 승객이 탈출하지 못하고 선내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날 판결로 사실상 국가 책임은 묻지 못하게 됐다. 재판에 넘겨진 해경 12명 중 징역 3년이 확정된 김경일 전 123정장만 유일하게 실형을 선고받았다. 해경 대부분이 법적 책임을 떨쳐 낸 셈이다.

세월호 유족들은 탄식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이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책임져야 할 해경 지휘부가 상황을 몰랐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재판부는 몰랐다고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 ‘상황을 왜 파악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종기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해경을 지휘·통제하는 지휘부에 죄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법으로 처벌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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