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최근 몇 차례에 걸쳐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사업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자리에 참석해 중요한 의견을 경청할 기회가 있었다. 한 번은 민주노총에서 열린 ‘전략조직화 20년 평가와 전망 연구보고 토론회’였고, 다른 한 번은 플랫폼C에서 개최한 ‘신자유주의 시대, 민주노총의 조직화 성과와 사회운동적 의미’란 제목의 강연이었다. 젊은 활동가들이 많이 참석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전략조직화 사업 자체가 애초 위치와 목적대로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여러 활동가와 연구자의 분석과 평가를 통해 일관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 하나가 있다. 정치적·조직적 효과가 분명 있었다는 점, 그리고 이로 인해 지난 20여년 동안 민주노총이 ‘상대적으로’ 조직화 사업을 잘 해냈다는 점이다. 이런 상대적 평가는 세계 각국의 노조 조직률 추이 비교를 통해 명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시기별로 구분했을 때, 2017년부터 2020년 사이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0.3%에서 14.2%로 늘었고, 이는 1994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유형근 부산대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가 오로지 민주노총 차원의 전략조직화 사업 결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전략조직화 사업의 지속적 추진이 그러한 변화를 만들어 낸 주요한 요인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진보인사들은 이런 추세를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일에 집중해 왔다. 가령 최근 금태섭·양향자와의 통합을 주장하는 정의당 의견그룹 세 번째 권력의 조성주는 “노동조합 구성원들의 소득 수준을 보면, 대부분 상위 20%에 들어가 있어요. 이 사람들의 소득이 계속 올라가는 게 정말 불평등을 완화하는 걸까요?”라고 말한 바 있다. 민주노총 출신의 일부 인사들조차 이런 주장에 편승해 전략 없는 ‘양보론’과 도덕주의적 비난을 쏟아 냈다.

이런 비난의 일관된 특징은 ‘논증이 없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을 볼 때, 조합원 “대부분”이 상위 20%에 들어가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2017년 이후 민주노총에 새로 가입한 조합원 중 40% 이상은 여성이며, 2012년 6만명이던 비정규직 조합원은 2020년 32만명이 됐다. 새로 조직된 단위 중 평균 나이 30대 이하인 노조가 60%에 달한다. 매년 8월에 실시되는 ‘2022년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 2천173만명 중 정규직은 1천272만명(59%), 비정규직은 900만명(41%)이다. 이 중 노조 조합원은 정규직 241만명, 비정규직 28만명으로 조직된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10% 수준이다. 즉, 민주노총 내 비정규직 비율은 우리나라 전체 조합원 대비 비정규직 비율의 3배다. 더구나 새로 조직된 노동자 대부분은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로, 이들은 노조 건설과 투쟁을 통해 기본급 수준을 높였다. 이는 불평등 해소에 기여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소득불평등에 관한 주요 연구들에 따르면, 조직률과 소득 상위집단의 몫 사이엔 역의 상관관계가 유의하게 나타난다. 한국에서 임금 불평등 감소는 1980년대부터 1994년까지 연령·성·학력별 임금격차 감소에 의해 이뤄졌다. 이후에는 기업규모별 평균임금의 양극화로 임금격차가 벌어졌다. 재벌 대기업에 의해 수직계열화된 산업구조에서 기인한 양극화를 노조 탓으로 돌리는 잘못된 통념이 일부 진보인사들에 의해 유포됐다는 점은 황당한 일이다. 최근 진보정당의 혼돈은 이런 잘못된 통념이 만든 우경화된 이데올로기가 적지 않은 몫을 차지한다.

물론 노조에 여전히 많은 숙제가 있다. 조직화는 앞으로도 계속 노조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하며, 동시에 새롭게 조직된 다수의 조합원들을 위한 질적 조직화를 고민해야 한다. 10년 사이 새로 가입한 조합원이 40%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이것이 얼마나 절박한 과제인지 떠올리게 한다. 노조의 역량만으론 조합원 교육혁신이나 조직문화 개선 등을 이뤄 낼 수 없기 때문에, 노조 바깥 사회운동과 광범한 연대망을 만들고 공동사업을 도모해야 한다. 전략조직화 고민·실천이 부족한 몇몇 산별노조들을 향한 비판과 동기부여도 더 필요하다. 보다 진취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세가 만들어지길 기원한다.

플랫폼C 활동가 (myungkyo.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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