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월23일 제주대 학생생활관 철거 과정에서 무게를 이기지 못한 굴뚝이 무너지며 굴삭기를 덮친 모습. 하청인 철거업체 대표가 현장에서 즉사했다. 원청 대표는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안전보건공단>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선고 사건의 형량이 두 번째로 확정됐다. 이로써 지난해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선고된 7건 중 2건이 1심에서 끝났다.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1심에서 확정됨에 따라 낮은 형량이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찰 “유족 합의 감안” 항소 포기

3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지법 형사2단독(배구민 부장판사)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제동종합건설’ 대표 홍아무개씨에게 선고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최근 확정했다. 지난 18일 1심이 선고된 뒤 항소제기 기간인 7일간 피고인과 검찰이 모두 항소하지 않았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판 과정에서 확인된 양형사유와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검찰은 향후에도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수사·공판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검찰이 사고 직후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산재예방지도팀과 수사기관 협의회를 개최해 신속·철저한 수사로 원청 대표이사의 혐의를 규명해 기소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원청측도 선고 직후 “항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원하청 관계자는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원청 법인에는 벌금 8천만원이 선고됐다.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원청 현장소장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원청 현장 관리감독자(건축이사)·원청 안전관리자(실장)·공사 책임감리자(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각각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배경은 ‘중대재해 1호 선고’인 온유파트너스 사건과 유사하다. 고양시 소재 건설사 ‘온유파트너스’ 대표는 지난해 5월 한 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던 하청노동자가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지난 4월6일 징역1년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처벌불원 만능주의? 전문가들 비판

제동종합건설 사건에서도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유족이 피고인과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은 점 △피고인이 사실관계를 인정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항소심에서 다툴 여지가 적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제동종합건설 사건 역시 마찬가지로 ‘양형사유’와 ‘처벌불원’이 중요한 항소 포기 사유로 언급됐다.

이는 재판부의 양형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재판부는 선고 당시 “가장 중요한 양형요소로 유족의 처벌불원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안전관리자 등이 처벌 전력이 없고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된 점 등도 반영됐다. 그러나 해당 사고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없어 발생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높다. 하청인 철거업체 대표는 지난해 2월23일 제주대 학생생활관 철거 과정에서 무너진 굴뚝에 깔려 숨졌다. 사전조사는 실시되지 않았고 작업계획서에 위험요인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대재해 전문가들은 낮은 구형이 되풀이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검찰 구형량인 징역 2년은 대검찰청이 지난해 3월께 일선 검찰청에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양형기준’의 사망사고 범죄의 기본구간인 징역 2년6월~4년에 미치지 못한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유족의 처벌불원 의사가 진정한 것인지 의문인데도 처벌불원서를 이유로 법정형 하한선에 불과한 처벌이 반복되고 있다”며 “낮은 구형량과 항소 포기 뒤에 정부 방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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